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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은 길다. 겨울보다야 짧지만, 3주 반 정도 되는 시간은 절대 짧다고 할 수 없다. 물론 진짜 집으로 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 말은 곧 그의 연인도 자신의 진짜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뜻이다.
피에르 가슬리는 늦은 새벽 침대에 누워 거리로는 약 9,850km, 시간으로는 7시간가량 떨어져 있는 그의 연인을 생각했다. 잠들기 전 그를 생각하는 일은 특이한 일이 아니다. 스스로는 모르고 있을지 몰라도 피에르는 항상 잠들기 전에 유키를 생각했다. 그러나 오늘의 특이한 점은 그가 쉽게 잠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세를 바꿔보고 수면에 좋다는 램프도 켜고, 10분 전쯤에는 향초도 하나 피웠다. 잠에 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본 듯했다. 그러나 잠에 들지 못하는 것은 여전했다.
피에르는 신경질적으로 몸을 뒤척이며 핸드폰을 들었다. 주위와 다르게 밝은 빛을 내고 있는 휴대전화의 액정은 1시 28분이라는 애매한 시간을 알렸다. 일본은 8시 반쯤 되었을 것이다. 문득 그는 유키가 깨어있는지 궁금해졌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일어나 샤워를 하거나 밥을 먹을 시간이지만 그의 연인은 아침잠이 많았기에 확신할 수 없었다. 이제 막 잠에서 깨 이불 속에 얼굴을 묻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의 모닝콜을 기다리며 아직 잠에 빠져 있을 수도 있다. 물론 왜 깨웠냐는 짜증 어린 소리를 들을 수도 있지겠지만 피에르는 그런 소리라도 듣기를 바랐다. 근거 없는 생각이었지만, 유키의 목소리를 들으면 잠이 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충동적으로 유키에게 전화를 걸었다. 1시 30분이었다.
여름방학 기간 내내 전화를 한 번도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갑자기 전화를 거는 일은 없었다. 7시간의 차이는 결코 작지 않았으니, 둘의 시간을 맞추는 일은 꽤 중요했다. 괜히 욕심부려 자는 사람을 깨운다거나, 귀찮게 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왜 이러냐 물어본다면, 피에르도 똑바로 답하지는 못할 것이다.
바로 받을 것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전화 연결음이 1분 이상 길어지자, 그는 조금 실망하며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포기하는 마음으로 어깨와 뺨 사이 끼워 놓았던 휴대폰을 빼냈다.
"うん。。。 もしもし"
스마트폰을 귀에서 떼어내자마자 아직 잠에 푹 빠진 목소리가 전화 너머에서 전해졌다. 피에르의 전화가 그를 깨운 걸까. 잠결에 발신인이 누군지 확인도 안 하고 받은 모양이었다. 특별한 노력 없이 상상할 수 있었다. 짧은 반바지 하나만 입고 침대에 누워 눈도 못 뜨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베개와 뺨 사이에 휴대폰을 끼우고 이 대답 없는 발신인에게 의문을 품고 있는 모습이 눈에 훤했다.
"誰ですか。。。"
"유키. 내 번호 모르는 거야?"
피에르는 유키가 일본어를 하는 걸 좋아했다. 유키도 그가 프랑스어를 하는 걸 좋아하나? 그건 모르겠다. 그러나 유키의 일본어를 들으면 꼭 배 속이 간지러운 기분이었다. 배 속이... 피에르는 침대 머리에 면하게 등을 기대며 자세를 고쳤다.
"피에르?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지금... 아침인데"
발신인을 확인한 것 같지는 않았다. 목소리만으로 충분히 알 수 있을 테니까. 목소리의 톤이 조금 높아졌다. 단순 영어를 사용한 탓이라 여길 수도 있지만 그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피에르의 목소리를 듣고 신난 것이 분명했다. 물론 여전히 나른함이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였지만.
"그냥... 잠이 안 와서."
"그래서. 재워달라는 거야?"
유키는 웃음을 참지 않았다. 자세를 고치는지 이불의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작은 웃음 사이로 지나갔다. 그는 엎드려 휴대폰의 하단에 입을 가까이 가까이했다. 작은 숨소리까지 놓치지 않고 전화 너머까지 전해졌다. 유키는 잠시 말이 없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자위가 잠드는 데 도움이 된다던데.
...도와줄까 피에르?"
유키의 목소리는 어린애 같은 면이 있었다. 실제로도 어린 건 맞지만, 그 나이 때 남자들보다 조금 더 높고 거칠었다. 소년미가 아직 남아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어린 목소리로 이런 말을 늘 부끄럼 없이 쉽게도 내뱉었다. 피에르는 이런 점을 좋아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런 점에 흥분했다. 앞선 말은 분명 의심되었지만, 유키의 제안을 거절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기대감이 섞인 마른침을 삼키고 입을 열었다.
"오히려 잠 깨는 거 같은데"
"이미 잔뜩 기대하고 있으면서. 恥ずかしくないで。 피에르."
정답. 어떻게 알았는지 무서울 정도다. 물론 뒤의 일본어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의 흥분을 고조시키기엔 도움이 됐다. 속옷 밑의 갑갑함이 느껴졌다. 피에르는 조금 따뜻해진 전화에 귀를 붙이며 급하게 바지와 속옷을 허벅지 중반까지 한 번에 내렸다. 이런 짓을 하기에는 영상 통화를 하는 편을 선호했지만, 가끔은 이런 식으로도 좋았다. 피에르는 눈을 감고 침대에 누워있는 유키를 상상했다. 전화 너머에서 들리는 달뜬 숨은 그의 상상을 더욱 선명하게 했다. 늘 그렇듯 짧은 반바지를 입고 있겠지. 그 위로 자신의 성기를 만지고 있을 것이다. 옆으로 누운 채 팔을 끼워 비비고 있을 수도 있고, 아니 어쩌면 바지를 내리고 있거나... 애초에 뭔갈 입고 자긴 했을까?
"...유키. 지금 뭐 입고 있어?"
"으응, 아무것도. ...나도 어제 잠이 ...하, 안 와서. 네 도움을, 좀 받았거든."
거친 숨 사이 웃음기를 머금은 목소리였다.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듣는 것만으로 충분히 흥분되는 말이었다. 피에르의 얼굴에 열이 확 올랐다. "하... 유키." 그는 입술을 잘게 물며 자신의 성기를 쓸었다. 유키의 목소리가 더 듣고 싶었다. 닿고 싶은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스마트폰이 마치 유키라도 되는 듯 뺨을 비볐다. 따뜻해진 스마트폰이 꼭 유키의 체온 같았다. "피에르, 지금... 아, 만지고 있지?" 전화 너머에서 유키의 목소리가 넘어왔다. 무의식적으로 성기를 만지던 손의 속도를 높이며 유키의 이름을 웅얼거렸다. 중간중간 억눌린 신음과 참지 못한 욕설이 섞여 있었다. "아흐... 더 불러줘... 응, 내 이름." 눈을 꾹 감고 입만 벌린 채 베개를 침으로 적시고 있을 것이다. 한 손은 베개를 힘 주어 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성기를 가볍게 쥐어 손과 침대 시트에 몸을 꾹꾹 누르고 있는 모습이 눈에 훤했다. 방금 깨어 잔뜩 헝클어진 머리와 부은 입술, 붉게 달아오른 얼굴, 쾌감에 움찔거리는 어깨, 이불을 차는 작은 발, 볼 수 없는 게 너무 많았다. 유키가 머릿속 상상이 아니라 실제 눈앞에 있어야 했다. 자신의 성기를 감싸는 게 이 손이 아니어야 했다. 따끈따끈한 그의 볼을 잡고 잔뜩 키스해 주고 싶었다. 피에르는 어금니를 꽉 물며 신음을 참았다가 탄식하듯 뱉어냈다.
"유키, 뒤. 만지고 있어?"
충동적인 질문이었다. 아닐 것이 분명했다. 모닝딸로 후장 자위를 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물론 지금 넘어오는 소리만으로 자극은 충분했지만 무언가를 더 원하는 느낌이 강했다. 분명 진짜 유키를 제 눈앞에 두고 만지고 싶다는 생각이었겠지만, 그건 당장 실현할 수 없으니까.
"아지,그윽... 원해?"
애써 여유로운 척 했지만 조급한 기대감이 흠뻑 묻어났다. '원해줘, 시켜줘' 라고 말하는 듯했다. 기대감에 들뜬 쪽은 피에르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대답하기도 전에 유키는 침대 옆 서랍을 향해 자지를 감싸던 팔을 뻗었다. 이불의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서랍에서 무언갈 꺼내는 소리가 이어졌다. 젤을 꺼냈을 것이다. 곧이어 나는 '탁'하는 뚜껑을 여는 소리가 이 생각에 확신을 더했다. 피에르는 침을 삼키며 유키가 내는 소리에 집중했다. 거친 숨은 여전했지만, 움직이던 손은 거의 멈췄다시피 느려졌다. 유키는 마이크에 최대한 붙어 손바닥에 젤을 뿌렸다. 손가락 가득 묻히며 그 온도로 젤을 약하게 데우는 것이었다. 찌꺽거리던 젤의 야살스러운 소리가 멀어졌다. 그의 손이 어디로 향했는지는 아주 뻔했다.
"피에르, 빨리... 넣어줘."
그가 감상에 푹 빠져있자, 유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자신의 손가락을 피에르의 자지라고 상상이라도 할 모양이었다. 그는 잔뜩 고조된 목소리로 얘기하며 손에 조금 힘을 주고 자신의 성기를 느리게 쓸었다. 마치 정말로 유키와 섹스하는 것처럼 느끼고 싶었다.
"그래 유키. 하, 너무 원하는 거 아니야? 응?"
"응, 무지. 으극, 아! 아... 엄청 원해애..."
피에르의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유키는 제 속에 손가락을 하나 넣었다. 유키는 제 손으로 자위할 때마다 부족함을 느꼈다. 손이 너무 작았다. 너무 짧았다. 게다가 오늘은 자세도 안 좋았다. 역시 이런 작은 손으로 피에르의 자지를 상상하면서 자위하는 것은 부족했다. 베개를 쥐던 나머지 손으로 그의 성기를 만지기 시작했다. 얼굴이 완전 베개에 묻혀 숨쉬기 어려웠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시키지도 않은 일이건만 곧바로 두 번째 손가락까지 넣었다. 전립선 주변을 눌러봤지만, 확실히 닿지는 못했다. 닿을 듯 닿지 않는 느낌에 잔뜩 애만 탔다. "부족해... 씹-하, 피에르. 더. 더,윽!" 유키의 입에서 쉽게 나오지 않던 말에 피에르는 움직이는 손에 속도를 더했다. 쾌감에 고개를 젖히다 휴대폰이 그의 어깨에서 빠질 뻔했다.
"손가락, 더... 넣어 유키, 읏."
피에르는 입술을 물었다. 너무 빠르게 절정에 가까워졌다. 더 이상 신음을 참고 문장을 말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사정 전액이 뚝뚝 흐르는 자지를 더욱 빠르게 자극했다. 시발. 지금 당장 일본으로 날아가 만족할 만큼 잔뜩 박아주고 싶었다. 지금이라면 그 이상한 취향들까지 다 맞춰줄 수 있었다. 전화에서 들려오는 유키의 음란한 소리는 그의 충동을 더욱 강하게 했다. 유키는 사정에 가까워질수록 말이 많아지는 편이다.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이것저것 뱉어내고는 했다. 가끔 알아들을 수 없는 일본어를 섞어서.
"피에르, 피에,아-! 하윽 으... 가까워? はあ. 中に、ただ、ああ-あっ、うふふ、イく, ああ、ううう!」
높은 교성이 지나가고 전화 넘어는 거친 숨만 가득 차 한 층 조용해졌다. 손에는 이미 정액이 가득했다. 이불에 묻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작지만 여전히 들려오는 유키의 숨소리에 집중하며 휴지를 집었다. 유키의 침대는 분명 엉망일 것이 분명했다. 침과 정액, 젤로 잔뜩 더러워졌겠지. 정말로 일어나자마자 하는 일이 이불 빨래가 되도록 만들다니, 조금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평소라면 자기가 다 했을 일인데.
"피에르... 보고싶어."
유키의 목소리는 처음 전화를 받았을 때와는 180도 달랐다. 조금 흥분했고, 기쁨이 묻어났으며 졸린 느낌은 찾아볼 수도 없었다. 물론 소년미가 잔뜩 남아있는 카랑카랑한 목소리임은 여전했다. 조금의 나른함을 느끼던 피에르는 유키의 말에 다시 정신이 또렷해져 버릴 것 같았다.
"나도. 당장 일본으로 갈 수 있을까?"
"바보, 이제 며칠 뒤면 다시 만나는데. 그리고 지금은 잘 시간이잖아. 이제... 곧 두 시 아니야? 이래도 잠이 안 온다면 어쩔 수 없어... 나는 이제 샤워해야한다고. "
유키의 말 사이사이에 웃음이 느껴졌다. 빈말이라 생각하지만 지금 당장 찾아가겠다는 말이 듣기에는 좋았나 보다. 피에르는 유키의 말에 몰랐다는 듯 자신도 뺨에서 전화를 떼어내 시간을 확인했다. 한시 오십 이 분. 확실히 피곤함이 느껴지는 시간이긴 했다. 유키에게도 들릴만한 하품을 하며 전화를 다시 뺨으로 옮겼다.
"잘 자라고 해줘."
"잘 자 피에르. 내 꿈 꾸고! ......쪽!"
스마트폰 화면에 입을 맞춘 듯한 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어졌다. 피에르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는 것을 느꼈다. 끊어진 전화에 이마를 대고 한참을 웃었다. 자신이 고등학생 쯤의 십 대 남자애였다면 분명 유키가 나오는 그런 꿈을 꿨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짓을 하고 잠들었다고 해도.
그리고 실제로 피에르 가슬리는 그날 밤 그런 꿈을 꿨다. ...거짓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