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Text
노턴이 처음 잠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노동자 인간들의 발길질과 욕설에 떠밀려 상점으로 팔려갔다.
그의 첫번째 주인은 어떤 노신사였다. 오늘 내일하는 신사는 노턴에게 자신의 수발을 들것을 명령했다. 노턴은 그 말에 순종적으로 따랐다.
노신사가 죽었을 때, 그는 다시 상점으로 팔려갔다.
그의 두번째 주인은 광산주였다. 광산주는 그에게 곡괭이를 주며 광산에서 광물을 캐라고 명령했다. 노턴은 그 말에 순종적으로 따랐다.
그러나 광산주가 자신의 신체를 분리해 나온 철과 같은 금속을 팔아버리겠다는 말을 엿들었을 때, 노턴은 광산을 나와 도망쳤다.
그는 한동안 인간 행세를 하며 거리를 떠돌았는데, 어떤 한 친절하신 골동품 가게 주인이 그를 양자로 거둬들여 골동품 가게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가게에서의 생활은 나쁘지 않았다. 관절이 뻑뻑해질 때마다 바를 수 있을만큼 충분한 기름도 있었고, 가게에 새로 들어오는 물건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어느날 밤 노턴은 가게를 정리하고 있었는데 구석에서 전에는 못보던 물건을 발견했다.
그것은 몇 십년 전에 유행했다고 들은 구체 관절 도자기 인형이었는데, 여러 자세로 바꿔 오르골 위에 올려두어 감상하거나 어린 여자아이들이 인형놀이를 할 수 있도록 옷을 갈아입히게 만들 수 있게 만들어진 인형이었다.
인형은 30cm에서 35cm 정도였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얼굴과 새하얀 머리카락, 긴 속눈썹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남자인형이였는데, 종아리에 새겨진 이름이 '프레드릭'이었기 때문이다. 프레드릭은 여리여리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금박과 나비장식이 달려있는 흰색 연미복을 입고 있었는데, 옷감의 종류를 감안하여 옷이 약간 낡기는 했지만 상태를 보아 전 주인이 얼마나 그를 아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노턴은 그 인형에 묘한 끌림을 느껴 주인 할아버지에게 이 인형에 대해 물어보았다. 주인 할아버지는 그 인형이 들어온지 꽤 오래되었다고 말하며, 아름다운 외관에 비해 그를 찾는 손님들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고나서 그는 만약 노턴이 마음에 든다면 그 인형을 가져도 된다고 말했다.
보통 그 나이대의 청년이라면 비웃으며 다시 제자리에다 돌려놓았겠지만, 이상하게도 노턴은 청소를 다 마친 뒤 프레드릭을 들고 자신의 방에 들어갔다.
그는 침대에 걸터앉아 프레드릭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옷은 낡고 해져있었지만 값비싼 비단이었고, 여러 아기자기한 장신구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머리카락은 도자기가 아니라 얇고 부드러운 실로 만들어져 진짜 머리카락 같았다.
프레드릭을 감상하던 노턴은 그의 얼굴에 얼룩이 묻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그는 얼룩을 지우기 위해 손수건을 프레드릭의 얼굴에다 가져갔다...
"무례하군!"
'탁' 소리와 함께 노턴의 손에서 손수건이 떨어졌다. 그의 다른쪽 손에 잡힌 프레드릭은 노턴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치는 중이었다.
"더러운 손으로 나를 만지지 마!"
노턴은 깜짝 놀라 그를 급히 침대 위로 올려놓았다. 도자기 인형은 휘청거리다 중심을 잡은 뒤, 노턴의 손이 닿았던 부분을 털어냈다.
"옷에 때가 묻었잖아! 이제 어쩔거야!"
인형은 얼굴이 일그러지며 어쩔 줄 몰라했다.
노턴은 이내 자세를 고쳐잡고 침대 앞에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나는 기계인간 노턴이다. 당신은 무엇입니까, 프레드릭?"
인형은 자신이 너무 흥분했다는 사실을 알고 목청과 옷매무새를 잠시 가다듬은 뒤, 새침하게 말했다.
"저는 '무엇'이 아닙니다. 저는 프레드릭 클레이버그, 인간입니다."
노턴은 말문이 막혔다. 그는 그가 프레드릭을 침대에 놓았을 때 너무 세게 내려놓은 것은 아닌가 걱정하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