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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네 이웃과 원수를 사랑하라고 나와 있는 이유는 그 둘이 사실상 같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G.K. Chesterton

 

배리는 치과가 싫었다. 어쩌면 그게 어제 예약을 놓친 이유일지도 몰랐는데, 첫 인상에 전혀 도움이 안 됐다. 오늘이 처음으로 새 치과에 가는 날이었다. 한 달 전에 새 아파트로 이사 온 후, 배리는 예약이나 뭐 그런 것들을 새집 근처로 옮기고 있었고, 예전 치과를 좋아하지도 않았으니 잘된 일이었다. 이 치과는 어제 예약을 빠뜨렸는데도 다시 스케쥴을 잡게 해 줄 정도로 친절했는데, 좋은 신호였다. 플래시 일 덕분에 늦거나 아예 못 가는 일이 왕왕 있었고, 그게 바로 어제 일어난 (치과를 싫어해서가 아니었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일이었다. 두 번 연속은 늦지 않으려고 일찍 왔기 때문에, 오늘은 시계가 9시 45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배리는 대기실에 홀로 앉아 지루하고 초조한 기분으로 다리를 떨고 있었다. 기다리는 게 제일 힘들었다. 사실, 기다리는 거랑 진료 끝의 잔소리가. 어릴 때부터 충치가 많았던 탓에 귀에 딱지가 앉도록 잔소리를 들었는데, 배리는 아이리스의 베이킹 취미를 탓했다. 

 

현관이 울리며 다른 환자가 들어오자 배리는 활기차게 고개를 들었다. 다른 사람을 보고 있으면 시간이 더 잘 갈테고, 어쩌면 잡담을 나누거나 할 수―엥?

 

치과에 들어온 사람은 레너드 스나트였다. 

 

두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았고, 스나트는 문가에서 순간 멈칫했다. 배리는 눈을 크게 뜨며 다리 떠는 걸 멈췄다. 바로 그 순간, 배리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로, 스나트는 천천히 접수처로 걸어가 등을 보이지 않고 시선 절반은 배리에게, 나머지 절반은 직원에게 둔 채 높다란 카운터에 몸을 기댔다. 

 

"레너드 스미스로 예약했는데요," 그가 직원을 바라보기 위해 배리에게서 눈을 떼며 말했다. 

 

"딱 맞춰 오셨네요, 스미스 씨. 잠깐 앉아 계시면 치위생사분이 오실 거예요." 

 

스미스라니. 뻔한 이름이군. 배리는 꼿꼿하게 앉아 스나트를 쳐다보았다. 정말 치과 예약 때문에 여기 온 게 가능한 일인가? 스나트가 고개를 끄덕인 후, 직원에게 매력적인 미소 비스무리한 것을 날린 다음 배리 바로 옆자리에 앉는 걸 봐선, 그럴 일은 없어 보였다.

 

"뭘 꾸미고 있는 거지, 스나트?" 배리는 잇새로 내뱉으며 두 사람의 무릎이 맞닿지 않을 정도로 자리를 옮겼다.

 

스나트는 일부러 그를 쳐다보지 않은 채 아무 잡지나 집어 태연하게 펼쳐 들며 페이지를 넘겼다. "그 말은 날 따라다니는 게 아니라는 건가, 레드?"

 

"널 따라다닌다고? 네가 날 따라다니는 게 아니라?"

 

이제서야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만약 스나트가 배리가 다니는 치과와 오늘 아침으로 예약을 다시 잡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거라면, 엄청나게 소름 끼치는 일이었다. 에오바드 쏜 레벨의 스토킹이나 다름없었다. 

 

"앨런 씨?"

 

치위생사가 뒤쪽에서 나타나자, 배리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전데요."

 

"이쪽으로 오세요." 동양계 의사의 따뜻한 미소에 그는 약간 긴장을 풀었다. 배리는 그녀를 따라 뒤쪽으로 향하며, 마지막으로 스나트를 향해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쏘아 보냈다. 스나트는 그를 향해 씩 웃곤 이 모든 상황이 재밌다는 눈을 하고 있었다. 하나도 재미없었다.

 

금속 도구들이 이를 쑤셔대는 동안, 배리는 의자에 앉아 두 사람이 정말로 우연히 같은 치과를 다닐 통계적 확률을 계산해 보았다. 센트럴 시티의 인구와 두당 필요한 대략적인 치과 의사의 수를 토대로, 리뷰와 별점, 그리고 지리적 요인으로 측정된 치과의 질에 대한 방정식을 더하면―

 

"아프신가요, 앨런 씨?"

 

"아아, 어, 어 어," 길고 날카로운 도구로 입안이 가득 찬 채, 배리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하려 애썼다. 왜 항상 입에 거울이랑 도구를 집어 넣고서 뭘 물어본단 말인가?

 

그 후엔, 질문에 대답하느라 방정식을 완성할 정신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러다가 스나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는 배리의 옆 방에 앉아 있었다. 진료실은 문으로 막혀있지 않았고, 치과 의사가 환자들 사이를 편하게 돌아다니거나 치위생사들이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할 수 있도록 뒷부분이 완전히 트여 있었는데, 그 말인즉슨 배리가 들으려고만 한다면―"마지막으로 엑스레이를 찍은 게 일 년 전이네요, 스미스 씨? 오늘 몇 장 찍읍시다."

 

정말 정기 검진이었어? 앗 젠장, 배리의 치위생사가 배리가 뭔가를 놓친 것처럼 보고 있었다.

 

"죄송해요, 다시 말해 주실 수 있나요?" 잇몸 퇴축을 확인하던 그녀의 손가락이 빠져나가자 배리가 물었다.

 

"주기적으로 치실을 사용하시나요?"

 

그는 찡그렸다. "으음…그렇게 자주는 아니구요?"

 

배리가 몇 주간 치실질을 하지 않았다고 인정할 때까지 그녀는 계속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하루에 두 번 이를 닦는데 치실이 왜 필요하겠는가?

 

"충치가 있나요?" 그는 여전히 그게 불안했다―힐링 펙터가 치아에까지 적용이 되나? 그렇게까지 운이 좋을 수가 있을까?

 

"보기엔 괜찮은 것 같지만, 정말 그런지는 의사 선생님이 알려주실 거예요."

 

그 말과 함께 그녀는 치실질에 대해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고, 배리는 얼굴을 찡그렸다. 건너편 방에서 스나트의 치과 의사가 비슷한 질문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당연히 스나트는 매일 치실질을 하겠지. 그게 거짓말이라는 데 돈을 걸 수도 있었다. 

 

불소를 맞은 후, 회진하러 온 치과 의사가 배리의 저번 의사가 보낸 엑스레이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그런 다음, 배리한테 충치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렇다고 해서 대충하라는 뜻은 아니예요. 여기 보니까 충치 때문에 고생한 것 같은데―단 걸 좋아하시나 보죠? 마지막으로 충치를 떼운 게 고작 2년 전이었으니까 계속 양치질과 치실질을 하세요. 특히 뒤쪽 어금니요." 

 

배리는 약간 혼난 기분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기쁜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성공, 충치 없음. 치위생사가 서류 작업을 끝내고 다음 약속을 잡아주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의사가 옆 방으로 들어가 스나트와 이야기하기 시작하는 소리가 들렸다.

 

"스미스 씨, 언제나처럼 충치는 없으시군요―뒤쪽 어금니 주변, 특히 왼쪽 어금니에 약간의 탈염증은 조심해야 하겠지만요. 아직도 매일 밤 교정 장치는 착용하고 계시나요?"

 

스나트가 교정 장치를 낀다고?

 

"물론입니다." 

 

"잘 됐군요―그 모든 작업을 해놓고 아름다운 치열을 잃어버리긴 싫으니까요. 민감한 부분이 있으신가요? 온도라거나, 아니면―"

 

배리가 엿듣고 있는 도중 치위생사가 다음 약속 시간을 잡기 위해 끼어들었고, 그는 제일 먼저 들은 날짜를 고른 후 가능한 한 빨리 그곳을 빠져나왔다. 레너드 스나트가 교정 장치와 치아와 치실질에 대해 말하는 걸 듣는 것은 너무나도 초현실적이었다. 배리는 새 치과의사가 필요했다. 끝. 

 


 

그게 끝이 아니었다.

 

불편한 치과 예약으로부터 사흘 후―배리는 시스코, 케이틀린, 심지어는 조에게조차 그 일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는데, 왜냐면 무슨 말을 한단 말인가?―그 일이 또 일어났다. 치과 진료가 아니라, 왜냐하면 거긴 다시 가지 않을 테니까, 스나트랑 마주치는 것 말이다. 이번엔 은행이었다.

 

배리는 막 지점을 바꾼 참이었는데, 마지막 남은 수표를 새 집주인에게 집세를 내는 데 써버렸기 때문에 새로운 수표를 받으려면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기 위해 은행에 들러야 했다. 그는 1년 동안 임대를 하고 있었고, 또다시 조의 집에서 나와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게 된 게 마음에 들었다. 물론 조와 함께 사는 것보단 비용이 더 들었지만, 아버지 같은 사람과 같이 사는 건 예전에야 편리했지 이젠 딱 어색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어쩌면 그가 이사하는 게 나쁜 징조였을지도 몰랐다. 왜냐하면 그가 서 있는 줄 바로 앞에 레너드 스나트가 서 있었으니까. 수트를 입은 채로.

 

"신께 맹세컨대 스나트, 여길 털러 온 거라면, 내가―"

 

"진정해, 배리." 스나트가 배리의 속삭임만큼이나 작은 소리로 맞받아쳤다. "믿거나 말거나, 아무리 범죄자라도 은행 계좌는 필요하거든. 일 때문에 온 거야."

 

"일이라고? 여길 조사하는 건가?" 말이 되긴 했다. 여긴 더 크고 좋은 지점들 중 하나였지만 시내 중심부에서는 떨어져 있었으니까. 

 

배리를 바보라고 생각하는 게 분명한 표정이 스나트의 얼굴에 뚜렷히 떠올랐다. "투자한 게 있어, 꼬맹아. 어른이 됐을 때 신경 써야 할 것들이지." 

 

배리가 목소리를 높였다. "투자라고? 그걸 그렇게 부르는―"

 

"다음 분!"

 

스나트는 배리에게 경고의 시선을 쏘아 보내곤 앞으로 향했다. "레너드 핀스키. 예약했습니다."

 

핀스키라고? 진심으로?

 

"핀스키 씨, 만나서 반갑군요. 좋은 하루를 보내고 계신가요?"

 

또 한 번, 스나트는 접수원에게―이번엔 목소리가 낮고 풍성한, 피부가 검은 미남이었다―세상의 모든 접수원들을 위해 남겨둔 게 분명한 매력적인 미소를 건넸다. 접수원 역시 빙그레 웃었는데, 배리는 그의 눈이 스나트를 친근한 것 이상으로 훑어봤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놀랍게도, 배리는 스나트의 목소리가 매끄럽게 변하는 것을 눈치챘다. "지금까진 좋았죠―" 그가 접수원의 옷깃에 붙은 이름표를 힐끗 보더니 말을 이었다. "레이먼드. 항상 더 나아질 수는 있겠지만."

 

접수원의 미소는 누가 보기에도 약간의 장난끼로 물들었고, 배리의 입이 딱 벌어졌다. 레너드 스나트가 바로 앞의 남자에게 작업을 걸고 있었는데, 이건 일종의 강도짓을 위한 사전 준비일 수밖에 없었다. 접수원이 목표물이었나?

 

"글쎄요, 바라건대 당신의 하루를 훨씬 더 좋게 해 줄 무언가를 제공할 수 있길 바라요."

 

좋아, 방금 그건 전혀 일하는 사람의 태도가―

 

"그리고 코필드 씨가 곧 오실 겁니다. 기다리시는 동안 커피나 차라도 한 잔 드릴까요?"

 

하느님 감사합니다. 적어도 레이먼드 접수원의 예의범절 감각이 돌아온 모양이었다. 스나트는 한숨을 쉬며 음료를 사양한 다음, 접수원이 배리에게 앞으로 오라고 손짓하는 동안 옆으로 비켜섰다.

 

배리는 방금 목격한 게 대체 뭐였는지 알아내려 애쓰며, 간신히 스나트에게 눈을 떼고 앞으로 향했다. 그래, 수트를 입은 스나트는 괜찮아 보였지만―딱 맞고, 직접 맞춘 게 분명해 보였고, 꼭 맞는 부위에 들어맞았으며, 새까만 색깔과 파란색 넥타이가 눈을 돋보이게 해 줬다―그는 범죄자 아닌가! 잘생긴 접수원은 몰랐겠지만 사실은 사실이었다. 스나트가 가죽 자켓을 입은 걸 못 본 게 다행이지.

 

"어, 전 배리 앨런이예요. 웹사이트에 채워 넣으라고 적혀 있던 양식을 가져왔는데요?" 접수원이―레이먼드였던가?―스나트에게 했던 것 보다 덜 친절한 태도로 그걸 받아들며 카드를 달라고 했다. 어쨌거나, 그가 뭘 안단 말인가? 배리는 그가 괜찮게 생겼다는 걸 알았고, 적어도 기회만 생기면 여길 싹 털어버릴 정신 나간 도둑은 아니었다. 그는 옆을 흘끗 보았고, 씩 웃고 있는 스나트가 시야 한구석에 들어왔다.

 

"제대로 적어 오신 것 같군요, 앨런 씨. 다른 볼일은 없으신가요?"

 

비싼 수트를 입은 늙은 백인이 나와 스나트를 맞이하고는 그를 사무실로 데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뭐―아아, 네. 그거면 됐어요. 감사합니다."

 

그가 다시 접수원을 돌아보았을 때, 레이먼드는 재밌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사람 잘생겼죠? 아는 사이예요?" 

 

"뭐, 저 사람이요? 그러니까 스―제 말은, 핀스키가요? 잘생겼다고요? 하, 전, 어, 몰랐네요. 제 말은, 네, 아는 사이예요, 그냥 가볍게―같이 일한 적이 있죠, 딱 한 번, 친하진 않고―" 그는 횡설수설하고 있었고, 레이먼드는 그에게 일종의 '알고 있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린 것 같았다. 배리는 얼굴이 달아오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음, 그 사람과 같이…일했었다니, 운이 좋으시군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앨런 씨."

 

정정해주기엔 너무 당황한 채, 배리는 귀가 빨갛게 달아오른 채로 은행을 빠져나왔다.

 


 

마침내 주말이 되자 배리는 제정신을 차렸다. 그는 사소한 범죄를 감시하며, 귀를 열어놓은 채 도시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911이나 도시 곳곳에서 구조 신호가 들어왔을 때 케이틀린과 시스코가 알려줄 수 있도록.

 

"레더웨이 음악원에서 여는 전시회를 위해 무장된 차량이 그쪽으로 향하고 있어―잠깐, 이 도시의 모든 게 하틀리의 부모님 거―"

 

"그럴 때가 아냐, 시스코." 배리가 대답했다.

 

케이틀린이 대신 대답했다. "수송차가 전 세계에서 10개 중에 딱 하나밖에 안 남은 스트라디바리우스 비올라를 옮기고 있어. 아주 비싼 거야, 배리." 

 

"수백만 달러쯤 된다 이 말씀이지." 시스코가 덧붙였다.

 

"수송 장소로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통신기를 통해 대답을 들은 배리는 속도를 높였고, 몇 초 안 걸려서 도착했는데…

 

"스나트?!" 

 

배리는 현장을 보며 미끄러지듯 멈춰 섰다. 스나트―리사 스나트가 뒷문이 폭파된 운송 트럭 위에 올라가 있었다. 번호판이 없는 SUV 세 대는 모두 텅 빈 채 문이 열려 있었다. 레너드 스나트는 트럭 안에 들어가 그와 비올라 케이스 사이를 가로막는 자물쇠를 얼려버리고 있었다. 믹 로리가 경비원들을―보기엔 8명이었다―트럭 옆에 묶어둔 채 플레임건을 겨누고 있었고, 경비원들의 무기는 SUV 안에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 배리는 히트웨이브로부터 15피트 떨어진, 스나트가 들어가 있는 트럭의 뒷부분이 보이는 도로에 서 있었다. 

 

"우, 플래시, 나타나 줘서 고맙군."

 

배리는 리사를 노려보았다. "글라이더." 그의 시선이 로리에게로 향했다. "히트웨이브." 

 

믹 로리는 대답 대신 거슬리는 신음을 내곤 쥐고 있는 총을 꽉 쥐었다. 그들이 이름을 말해준 적이 있었던가? 

 

"플래시―이런 일에 대해 거래를 한 줄 알았는데?" 스나트―레너드 스나트가 트럭 안에서 외치며 케이지를 열었다. 그는 배리 쪽으로 뒤돌아보지조차 않았다. 

 

"네가 원하는 건 뭐든지 훔치게 둘 거라고 말한 적은 없는 걸로 아는데!"

 

스나트는 웃음을 터트렸고, 비올라 케이스를 꺼내 들고선 트럭 뒤로 와 섰다. "그럼 우릴 막아보시던가! 3대 1이라는 건 알고 있겠지, 꼬맹아?" 스나트가 트럭 주변을 돌아 믹을 힐끗 바라보자, 배리는 긴장한 채 그의 시선을 따라갔다. "만약 우릴 어떤 감옥에라도 끌고 갈 생각이라면, 우리 거래가 더 이상 유효할 거라고 기대하진 마, 스칼렛." 

 

배리는 뛰었다―먼저 히트웨이브를 향해 달려들어서 그를 경비원들로부터 끌어낸 다음, 수송 트럭에 쾅 하고 밀쳤다. 아직 아무도 다치지 않았지만 그는 로그즈의 누구도 믿지 않았다.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렸지만 그의 최우선 순위는 안전이었고, 금빛으로 얼룩지는 걸 간신히 피하며 경비원들에게 달려가 그들의 속박을 풀어주었다. 배리가 믹 로리의 결코 좋아한 적 없는 총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염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동안, 경비원들은 무사히 풀려나 사이렌이 들려오는 방향으로 뛰어갔다.

 

배리의 다음 목표는 리사였고, 총을 쏘며 트럭에서 뛰어내리는 그녀의 움직임을 쫓으며 스나트의 얼음 광선을 피했다. 그는 가까이 다가가며 그녀의 총을 피했고―젠장! 믹의 화염이 그의 옆구리에 닿자, 배리는 몇 피트쯤 땅으로 내던져지며 이를 갈았다. 

 

"후끈해질 준비 됐나, 플래시?" 그가 소리쳤고, 배리는 그를 다음 타켓으로 겨냥했다. 마지막 순간에서야 그게 방해 작전이라는 걸 눈치챘는데, 리사와 스나트가 비올라를 차에 싣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경찰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고, 그는 로리에게 휙 다가가 그의 주변에서 빙빙 돌다가 스나트 남매에게로 되돌아갔다.

 

"네가 비올라를 가지고 빠져나가게 두지 않겠어, 콜드!" 

 

"하루에 한 번 치실질도 못 하는 어린애가 잘도 말하는군! 넌 여기서 진짜 어른들이랑 놀고 있는 거야, 플래시. 그 반대가 아니라."

 

지금―이 무슨―감히 배리의 치실질 습관을 여기까지 끌고 오다니?! "교정 장치를 끼고 있는 쪽이 누군데 그래, 스나트!" 그가 자동적으로 맞받아쳤다. 리사는 두 사람에게 혼란스러운 눈길을 보냈고, 배리는 혼란의 순간을 틈타―앞으로 달렸고―

 

배리는 얼음 광선으로 돌진했다. 스나트는 그가 움직이자마자 콜드건을 쐈고, 팔을 휘둘러 머리 위로 얼음 아치를 만들었다. 배리는 빙판에 부딪히는 순간 미끄러졌고, 가속도로 인해 스나트 남매 머리 위를 스키 점프마냥 넘어간 다음 아스팔트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의 몸이 땅에 부딪히고, 미끄러지고, 핑핑 돌고, 얻어맞은 채로, 입안에서 피 맛이 감돌았다. 발목이 뒤틀려 있었다. 젠장. 

 

"가자! 경찰들이 금방 올 거야!" 스나트의 목소리가 들리자, 배리는 손과 무릎으로 일어나 앉으려 애쓰며 신음했다. 발목이 욱신거렸다. 

 

멀리서 스나트와 로리가 질주하며 "다음번엔 잘 해봐, 꼬맹아!" 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배리는 땅바닥에 피를 탁 뱉었다. 그 역시 돌아갈 시간이었다. 

 


 

낫는 데는 하루가 걸렸다. 몇 시간 안에 멍이 가라앉았고, 다음 날엔 발목 부근을 조심해야 했지만, 저녁쯤 되자 완전히 괜찮아졌다. 왜 스나트와 치아 위생에 대한 말을 주고받았는지 더없이 궁금해하는 시스코와 케이틀린에게 치과 사건을 설명해줘야 했지만. 그가 사정을 털어놓았을 때, 배리는 친구들이 그렇게까지 안심한다는 것에 놀랐다. 시스코가 이렇게 말하기 전까진―

 

"맙소사, 다행이다. 너랑 스나트가 몰래 재미 보고 있거나 그럴까 봐 걱정했잖아."

 

배리는 홀짝이던 물에 질식할 뻔했다. "재미 보―시스코 너 미쳤어? 내가 왜 캡틴 콜드랑 재미를 보겠어? 레너드 스나트랑?!"

 

"나야 모르지! 새파란 눈이랑 위험한 분위기가 있잖아!"

 

"너야말로 스나트랑 재미 보고 싶은 거 아냐?" 배리의 목소리가 필요 이상으로 날카로웠을지도. 그는 앉아서 발목에 얼음팩을 올려놓은 채로 이 얘기를 들었다는 것에 감사했다. 

 

"첫 번째로, 난 내 적들과 재미 보지 않거든. 두 번째로, 만약 내가 그렇게 한다면, 스나트랑 할 게 아니라―"

 

"그만하면 됐어, 시스코!" 케이틀린이 끼어들었다. "시스코 말은, 배리 네가 레너드 스나트한테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해도 완전히 말 되는 데다가, 널 비난하지 않을 거라는 소리야. 네가 양성애자라고 말해줬었고, 전에 메타휴먼 수송에 도움이 필요했을 때 왜 굳이 스나트를 찾아갔는지 이해가 안 갔었는데, 어쩌면 네가…"

 

"어쩌면 내가…?"

 

"푹 빠졌다고, 친구." 시스코가 그녀 대신 말을 끝맺었다. "스나트한테 그냥 도와달라고 한 것보단 훨씬 말 되잖아."

 

"스나트가 유일한 선택지라서 도와달라고 했던 거야!" 

 

"글쎄, 어쨌던 간에, 너랑 캡틴 콜드가 위험한 밀회를 가지지 않아서 다행이야. 발목은 내일이면 괜찮아질 거야." 

 

배리는 화제가 바뀌었다는 것에 감사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왜 사람들이 자꾸 그와 콜드 사이를 넘겨짚는단 말인가? 친구들까지도! 그는 접수원 레이먼드에 대해선 절대로 말해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불행히도, 스나트와 거리를 두는 건 겨우 일주일밖에 가지 않았다.

 

배리는 거의 문 닫을 시간에 가깝도록 늦은 저녁에 장 보는 걸 좋아했다. 많이 먹는 만큼 많이 잘 필요는 없었지만 더 자는 걸 좋아하는 탓에 출근하기 전에 장을 보는 건 딱 질색이었다. 가게가 대부분 비어 있고, 온갖 종류의 탄수화물과 단백질로 장바구니를 채우며 한가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게 늦은 시간에 장 보러 가는 걸 좋아하는 이유였다. 많이 먹는 데다가, 조가 차로 데려다주는 대신 양손에 가득 찬 장바구니를 들고 아파트까지 몇 블록이나 걸어가야 했기 때문에, 그는 보통 일주일에 두 세 번 정도 식료품점에 들렀다. 

 

토요일 저녁이었고, 배리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다. 늦은 시간 서두르는 쇼핑객들로 가득 찬 가게는 평소보다 북적거렸다. 그의 이웃은 비교적 다양하고 진보적인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 같았는데, 그게 이 동네를 고른 이유 중 하나였다. 조가 살고 있는 동네의 교외적 느낌은 가끔 숨이 막혔지만, 여긴 노인과 젊은이, 독신자와 가족들, 부유하고 고군분투하는 다양한 생활 양식이 잘 어우러져 훨씬 다른 속도로 굴러가는 동네였다. 여기에선 삶이 더 빠르게 굴러갔고, 배리의 박자에도 가까웠다. 

 

유제품 코너에서 나온 배리는 신선한 딸기를 고르는 다른 쇼핑객들을 이리저리 피하며 잘 익은 아보카도를 찾아 손을 뻗는 동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또 다른 손이 그의 손과 동시에 뻗어 나왔고, 두 사람은 순간 멈칫했다.

 

배리는 누구든지 간에 아보카도를 양보하려 고개를 들었지만― "스나트?"

 

"배리?" 이번만큼은, 스나트 역시 진짜로, 마침내, 약간 놀란 것 같았다. 그는 배리를 향해 눈을 가늘게 떴다. "정말로 날 스토킹하는 게 아냐, 꼬맹아?"

 

"내가? 너야말로―" 그는 주변을 슬쩍 둘러보고는 목소리를 낮췄다. "날 치여죽이려고 한 사람이잖아, 스나트. 대체 내가 왜 쉬는 날까지 널 따라다니겠어?" 

 

콜드는 어깨를 으쓱이곤 아보카도를 집어 들었다.

 

"잠깐, 그거 내 꺼거든!"

 

"너무 느려, 꼬맹아." 그가 능글맞게 웃자 배리는 그를 노려보았다. 그런 다음, 스나트는 몸을 돌려 배리로부터 멀어지며 걸음을 옮겼다. 

 

"이봐, 어디 가는 건데?"

 

"마저 쇼핑하러. 왜 날 따라오는진 모르겠지만, 그만 보내주지 않을래. 이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거든."

 

배리는 입을 딱 벌렸다가 이내 그를 따라잡았다. "따라다니는 쪽은 내가 아냐!"

 

"방금 따라왔잖아." 그가 눈썹을 들어올렸다.

 

"넓은 의미에서 그렇다고, 지금 당장이 아니라. 그리고 나도 이 방향으로 가야 하거든. 모를까 봐 말해주는 건데, 나도 장 보는 중이었다고."

 

스나트가 그의 장바구니를 슥 들여다보았다. "냉동 피자 포켓이 그렇게까지 많이 필요한가?"

 

배리는 짜증으로 거의 눈이 튀어나올 뻔했다. "진심으로, 지금 내 음식 선택을 비판하는 거야?"

 

만약 다른 사람이었더라면 놀리는 것에 가까웠겠지만, 스나트가 쏘아 보내는 시선은 어딘가 움츠러드는 점이 있었다. 그런 다음 그는 통로로 꺾었고, 배리는 따라가는 대신 스나트에게 눈을 둔 채로 그가 있는 통로를 피하면서 마저 쇼핑을 했다. 처음엔 치과, 그 다음엔 은행, 그리고 여기―그 방정식을 마저 완성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스나트가 뭔갈 꾸미고 있지 않는 한, 그들이 이런 식으로 만날 확률은 거의 0.005%에 가까울 것이다. 

 

카운터에서 계산한 후, 겨우 두 줄 떨어진 곳에서 계산을 마친 스나트를 보자 그의 의혹은 더욱더 짙어져만 갔다. 공교로운 타이밍이군. 그는 눈을 가늘게 뜬 채 가게에서 나오는 스나트를 따라잡았다. "뭘 꾸미고 있든 간에 포기해. 진지하게."

 

그는 굳은 얼굴로 배리를 쏘아보았다. "내 의도가 정확히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레드? 두 손이 꽉 찬 데다가, 콜드건이 당장 손 닿는 곳에 있는 것도 아니라고."

 

그건…확실히 맞는 말이긴 했다. 두 사람 모두 식료품을 양손 가득 들고 있었고, 스나트는 스웨터에 청바지 차림이었는데, 슈퍼빌런치고는 너무나 평범해 보였다. 스나트도 슈퍼빌런으로 쳐야 하나? 정확한 기준이 뭔지 배리는 확신할 수 없었다. 

 

"네가 무슨 일을 꾸미는지 내가 어떻게 알겠어? 내가 아는 건, 우리가 오로지 우연만으로 이렇게 여러 번 만날 리가 없다는 거야." 

 

배리는 두 사람이 어디로 향하는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있었지만, 횡단보도에 이르자 고개를 들었고, 그의 아파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스나트는 정면을 응시했고, 눈썹을 내린 채 생각에 빠진 듯 입술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가 마침내 배리를 힐끗 보았을 때, 두 사람은 교차로의 반대편에 서 있었다. 스나트는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이곤 까닥였다. 

 

"우연이 아니라…다른 것 때문이라고 치자고. 난 널 스토킹한 적 없고, 너도 날 스토킹한 적 없는데, 우리가 마주치는 건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는 거지."

 

"그럼 뭔데?" 

 

"어쩌면, 여러 개의 작은 우연들이 아니라, 하나의 아주 불행한 우연일지도 모르지."

 

배리는 모퉁이에 멈춰 선 채 그를 향해 몸을 돌렸다.

 

"이봐, 스나트, 이게 다 대단한 '우연'이라거나 그런 거라도 상관없어―그렇게 하라지. 그치만 네가 집까지 따라오는 건 원치 않으니까 그냥 갈 길 가는 게 어때?

 

스나트는 배리가 모르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 마냥 길고, 생각에 잠긴 시선을 보냈다. "내가 사는 곳도 이 방향이야, 배리." 

 

배리는 차가운 시선을 마주하고는 이를 갈았다. "좋아." 그러든지 말든지. 스나트가 그의 집을 알아내기 위해 이러는 게 아니라는 게 반쯤 분명했다. 그러기엔 더 쉬운 방법이 있었으니까. 그래서 배리는 그냥 몸을 돌리곤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두 사람은 같은 거리로 들어서며 보조를 맞춰 걸었고, 배리의 아파트에 가까워지자 어색한 침묵이 참을 수 없을 만큼 팽팽해졌다. 배리는 얼른 집에 가서 이 괴상한 오후의 저녁에 대해 잊고 싶을 따름이었다. 감옥과 시크릿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스나트와 한 약속은 치과와 은행 예약과 식료품점까지 확장되어서는 안 되는 거였다; 그는 플래시와 캡틴 콜드로서가 아니고서는 스나트와 마주칠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메타 휴먼 수송이나 뭐 그런 것 때문에 일부러 찾아내지 않는 이상은. 

 

마침내, 영원처럼 느껴지는 10분간의 산책이 끝나고, 그들은 4층짜리 계단이 있는 건물 앞에 다다랐다. 배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바로 앞에 멈춰 섰다.

 

"음, 그것참 어색했지만―" 그는 입을 열었지만, 스나트는 장바구니를 옮겨 들며 열쇠를 찾고 있었다. "어, 지금 뭐 하는 거야?"

 

그는 배리에게 등을 돌린 채, 아파트 문을 열고선 배리가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잡아주었다. 배리는 생각하기도 전에 문 안으로 들어왔다. 바로 그 순간 뇌가 멈춘 것 같았다. 왜냐하면…그럴 리가 없으니까.

 

"은행 일이 있고 나서부터 궁금해졌는데 말이야. 알다시피, 오늘 일도 있고." 스나트는 배리 보다 앞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고, 그가 계속해서 말하는 동안 배리를 둘러싼 현실이 서서히 분명해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우리가 그렇게나 가까이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거든. 적어도, 네가 이 방향으로 걸어오기 전까진." 

 

그들은 2층을 지났고, 배리는 어안이 벙벙한 채 잠자코 그를 뒤따랐다. 카펫이 발소리를 가려주었지만, 바닥이 약간 삐걱거렸다. 배리는 그 소리에 주의를 기울였다.

 

"그러고 나서, 집에 가까워질수록 떠오르더군." 두 사람이 다음 층으로 올라왔을 때, 스나트는 말을 이어나갔다. 배리는 여전히 그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그는 스나트를 따라 계단을 오르며 카펫에서 그의 어깨로 시선을 옮겼고, 심장이 서서히 빠르게 뛰었다. "이번 달에 누군가가 4C로 이사를 왔다는 게. 그리고, 스칼렛, 우린 지금 4층에 서 있지." 

 

4C―배리의 집이었다. 스나트가 그의 호수를 알고 있었다. 스나트가 그와 같은 건물에 살고 있었다. "그럴 리가 없어." 배리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생각한 것보다 목소리가 강하게 나왔다. 두 사람은 식료품을 두 손 가득 든 채 복도를 걸었고, 스나트는 배리의 문 바로 옆의 문에 멈춰 섰다. 그는 열쇠를 넣고 돌렸다. 

 

바로. 옆집에.

 

"그럴 리가 없다고? 내가 보기엔 그런 것 같은데…이웃사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