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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호랑이

Work Text:

*윤기 생일 기념 슈랩!

*술탄이지만 고증 신경 안씀 주의.

*트리거 워닝 주의. 잔인한 표현주의.

 

사막은 잔혹하다. 척박한 땅과 한정된 자원은 계급층의 낮은 자들을 돌보지 못했고, 작은 기후변화에도 나라 자체가 기우뚱할 만큼 불안정했다. 몇백 년간 위태로웠던 나라가 최후로 돌아볼 수단은 하나, 남의 것을 빼앗는 것. 전쟁이다. 윤기의 나라는, 아니 선대의 술탄들은 미친 듯이 전쟁을 해 왔다. 전대의 술탄, 윤기의 아비가 사막 한가운데에서 죽음을 맞이할 때, 윤기는 겨우 13살이란 어린 나이였다.

 

“네가 이 나라의 희망이야.”

 

어린 술탄의 뒤에서 수렴청정하던 어미는 그리 말 하셨다. 하지만 아주 총명한 여자는 아니어서, 윤기가 15살이 되는 해 직접 목을 베었다. 술탄의 권력과 단단함을 보여주는 흰 대리석에서 싸늘하게 식어간 어미를 미련 없이 치운 윤기는 그 누구보다 잔혹한 술탄이 되었다. 남녀 할 것 없이 전장의 앞으로 끌려간 백성들을 달콤한 말로 현혹하고, 그들의 자식까지 훈련에 동원해 수많은 피가 사막의 모래와 뒤섞였다. 어리석은 전쟁을 그만두자고 한 신하들은 어느 순간 목이 사막 한가운데에 나뒹굴었고, 그들의 자식과 여식은 전장의 최전방에서 고기 방패로 쓰였다. 그의 전쟁이 어리석었다 한다면...그것은 또 아니었다. 윤기는 총명하고, 지혜로웠다. 모든 전쟁의 공을 자신이 가로채지 않았다. 아주 교묘하게 천민들은 잘 모를 만큼만 자신의 몫을 챙겼고, 작은 마을의 전리품이나 타국의 보물로 나라를 부강 시키고, 비옥한 땅에 주민들을 보내 식량을 충원했다.

 

백성들은 더 이상 굶주리지 않았다.

 

이젠 그 누구도 전쟁에 불만을 갖지 않았다.

 

그는 완벽한 술탄이다.

 

*

 

도망친다! 잡아! 멀지 않은 거리에서 적군들의 목소리가 크게 울린다. 금박이 화려하게 장식되어있는 펜던트가 가슴 근처에서 크게 흔들린다. 얇은 옷들이 여기저기 찢어지고, 화려한 장신구들이 어지럽게 섞이는 소리가 난다. 이마 중앙에 붙어있는 에메랄드가 빛을 받아 반짝거린다.

 

“하아, 하아, 윽...제발...!”

 

고운 손이 다 무너진 벽돌을 헤집어 틈을 만든다. 하지만 작은 틈에 들어가기엔 역부족인지 계속해서 어깨만 왔다 갔다 하며 몸을 집어넣으려 애쓴다.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로 연신 신께 자비를 구하지만 결국 발소리가 가까워진다.

 

“찾았다! 어서 잡아!”

 

아아...신이시여. 하늘을 바라보자 뜨거운 태양 빛에 남준의 눈이 감긴다. 태양이 저물자 길게 그림자가 늘어져 남준을 덮친다.

 

*

 

이번 전쟁에서 얻은 노예들이 생각보다 많이 죽었다. 적군에게 무릎을 꿇을 수 없었던 왕은 칼을 땅에 박은 채로 몸을 기대어 죽었고, 왕비는 적국의 수장이 다가오자 그의 손을 잡아끌어 창문으로 함께 떨어져 자결했다. 대부분의 백성들은 그 모습을 보고 일제히 혀를 깨물어 죽음을 택하고, 살아남은 이들은 그때 미처 잘리지 못한 정맥 때문에 덜걱거리는 살점을 입에 물고 있었다.

 

“당신들의 죽음에는 특별히 존중을 표하겠습니다.”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사지가 돌아간 시체와 칼에 기대어 무릎이 굳어있는 시체 위로 술이 뿌려진다. 그것을 지켜보던 증오 어린 눈들에 결국 눈물이 고인다. 윤기가 시체를 태우라 명령하고 뒤를 도는 순간, 질질 끌려오는 남자, 아니 전리품이 눈에 들어왔다. 눈물과 먼지로 엉망이 된 얼굴이지만 또렷한 증오심이 가득한 두 눈, 조그맣고 동그란 코와 도톰한 입술...잔뜩 헤집어졌지만 질 좋은 옷과 반짝이는 장신구들, 윤기는 그것이 아주 매력적이고 값나가는 전리품인 것을 알아챘다. 망국의 왕자. 잠시 멍하니 전리품을 감상하던 윤기가 바로 앞에 무릎을 꿇은 남준의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본다. 눈이 마주칠 때 증오심이 가득한 눈빛에서 윤기는 이상하게 검은 소유욕을 느꼈다.

 

“눈빛이 건방지군, 넌 이제 전리품일 뿐이야.”

“...웃기는군.”

 

피식,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낸 남준이 입을 살짝 벌린다. 의아하기도 잠시 의도를 알아채고 혀를 깨물려는 이빨 사이로 윤기가 손가락을 집어넣는다. 콰득, 이빨로 살이 파인 곳에서 피가 줄줄 흐르는 걸 본 윤기가 손을 들어 올린다. 곧바로 들려오는 어눌한 비명에 남준이 돌아보자 목이 잘려나가 피를 뿜고 있는 시체가 눈에 들어온다.

 

“악마! 어떻게 저런...!”

 

저주와 욕지거리를 내뱉는 남준을 빤히 바라본 윤기가 다시 손을 들어 올린다. 이젠 두려움에 가득 찬 말들이 한곳에 섞인다. 벌써 두 구의 머리가 사막의 모래에 더러워지고 있다.

 

“아아악! 그만, 그만해!”

“말투가 아직 건방지군.”

 

윤기가 세 번째로 손을 들어 올리려는 때 남준이 머리를 바닥에 처박는다.

 

“그...그만, 그만둬주세요.”

 

윤기의 손이 내려가고, 방금까지 웃음을 띠던 얼굴을 굳힌다.

 

“난 배움이 느린 자를 싫어한다.”

 

그리고 다시 올라가는 손과 함께, 머리하나가 다시 모래 바닥을 구른다. 이젠 어눌한 비명조차 들리지 않는다. 다만 모두가 속으로 신을 찾으며, 눈을 조용히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