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ons

Work Header

Fixer Upper [한국어 번역]

Chapter Text

집을 사면서, 진은 아파트에 살았을 때보다 이웃들과의 교류가 더 적어질 것을 예상했었다. 더 많아지는 게 아니라. 그게 더 상식적이지 않은가? 공동으로 쓰는 복도도, 엘리베이터도 없으니 말이다. 세탁실에서 사람들이랑 맞부닥치는 일도 없어질 것이고.

그렇지만 새 방갈로로 이사 온 첫 3주 안에, 그녀는 새로운 이웃들을 보디를 (일터 밖에서) 본 것보다도 더 자주 만나게 되었다.

그들의 이름은 베이즈와 치루트였다. 그들은 그녀가 이사온 날에 찾아왔는데, 그들의 눈부신 정원에서 가져온 꽃다발을 꽃병에 꽂아서 가져다주었다. 꽃병은 왜 가져왔는가 하면, 치루트에 따르면, "꽃다발을 꽂아놓을 걸 찾느라 이삿짐 박스들을 다 뒤지게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라고 한다.

진은 자신이 꽃병이라곤 단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확신했지만, 그거야 무슨 상관인가. 그녀는 웃어보였고 감사 인사를 했으며, 일주일에 몇 번 정도, 울타리 너머로 고개나 끄덕여서 인사나 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잘생긴 커플이었는데, 그녀의 생각에는 둘 다 중국계인 것 같았고, 이들을 상대로 헛짓거리를 하면 안 될 거 같아보인다는 점을 그녀는 높게 평가했다. 치루트는 남편 옆에 서면 가냘퍼보였지만, 그것은 오로지 베이즈가 이야기 속에 나오는 벽돌집 같은 덩치를 가지고 있어서였다.

진은 그 다음주에, 꽃들이 시들어 죽고나자 꽃병을 씻어서 돌려주었다. ("그래, 고맙다는 메모도 썼어, 보디, 나도 완전히 야만인은 아니란 말이야!") 그녀는 그들의 끝없는 다정한 이웃되기 작전이 막 시작되었음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 뒤로는, 그들의 관계는 상냥함의 소용돌이 속으로 급강하하는 것으로 변했다. 어느날 저녁, 그들이 사는 블록의 전기가 나가자, 치루트는 캠핑 랜턴을 가져다주었다―"나야 어두운 게 상관없지만, 당신에겐 상관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요." 진이 부엌 창문을 막으면서 무성하게 자란 라일락 가지를 난도질하면서 욕지거리하는 것을 듣고는, 베이즈는 건너 와서 나무를 죽이지 않고 가지치기를 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그 다음, 진이 감기로 집에서 앓고 있던 날에 두 사람은 뜨겁고 시큼한 수프를 한 단지 가져다주었다.

벅스 버니의 불멸의 대사를 따르자면, "이건 전쟁"이었다. 진이 사교성이 부족하고 종종 개자식처럼 굴 때가 있다지만, 그녀는 정말로, 순수하게 좋은 사람들에게까지 무례하게 굴 수 있는 종류의 개자식는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는 이를 악물고, 더는 버티지 않고 미스터&미스터 상냥(마음 속으로 이들을 이렇게 부르기 시작했으므로)에게 좋은 이웃이 되어주기로 했다.

그녀는 이 시점에 반격이 필요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진이 요리를 못 한다는 건 마치 돼지들은 우주선을 조종하지 못 한다는 것과 같아서, 그들에게 그녀가 직접 만든 것을 주는 것은 그게 무엇이든지 현명하지 못한 짓이었다. 대신, 그녀는 감사인사를 하려고 일터 근처 베이커리에서 고급 페이스트리 세트를 사서 가져다주었다. (그들은 그녀도 들어와서 차 한 잔이랑 페이스트리 한 개를 먹고 가게 했다.)

새 이웃들이 왜 이렇게나 그녀에게 상냥하게 구는 데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지는, 6월의 첫 더운 날, 베이즈가 지붕의 홈통을 치우는 것을 도와주러 왔을 때가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그는 그녀가 사다리를 가지고 고생하는 것을 본 것이 분명했다―좋아, 첫째로, 그녀는 이전까지는 단 한 번도 펼쳐서 쓰는 사다리를 써 볼 일이 없었고, 이건 홈 디포에서 사 온 새 제품였다. 게다가, 이런거야말로 새로 주택의 주인이 되었을 때 생기는 불쾌한 놀라운 점이 아닌지? 아파트에 살 때는 자기 책임이지 않았던 잡다한 것들을 관리하기 위해서 각종 비싼 장비들이며 다른 잡스러운 것들을 사야하는 것 말이다.

진의 까칠한 내적 독백은 베이즈가 계속 내려앉는 사다리를 한 손으로 끌어올리고는, 사다리 전체를 넓은 어깨에 얹으면서 뚝 끊겼다.

"제가 할 수 있는데요."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걱정 말아요." 그는 씩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어정쩡한 곳에 닿는 것을 도와줄 키 큰 사람이 있으니 일은 부정할 수 없이 훨씬 빠르게 진행되었다. 진은 자신이 심지어 162센치 정도의 유전자조차도 타고 나지 못한 것에 대해서 절망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했다.

마지막 축축한 나뭇잎 더미를 수레로 베이즈의 퇴비 더미에다가 쏟아버린 후에, 그는 이마를 닦고 티셔츠 한 귀퉁이로 김이 서린 안경알을 닦았다. "더운 일이였네요. 우리집에 와서 레모네이드 한 잔 들어요."

진은 괜찮다고 하려고 했다. 정말로 말이다. 그렇지만 그녀는 레모네이드를 정말로 좋아했다. 달콤하고 시큼한 음료가 바싹 타는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생각만으로도 입에 침이 고였고, 정신을 차려보니 그녀는 이웃집의 베란다에 앉아있었으며 ―그들은 파란 줄무늬 쿠션이 있는 흰색 등나무 가구를 갖춰 놓았다― 단숨에 반 잔을 들이키고 있었다.

"치루트는 어디 있어요?" 그녀가 물었다.

"아, 토요일 아침마다 태극권 수업을 가르쳐요. 학생 중 한 명이 집까지 태워다 주고요."

베이즈가 물방울이 맺히는 피처로 그녀의 잔을 다시 채워주는 동안, 진은 앉은 자리에서 몸을 꼼지락거렸다. 사정없이 몰아치는 이 모든 친절함은, 그녀가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받아들이기에는 정말 과한 데가 있었다.

물어보는 편이 나을 것이다. 베이즈는 그녀처럼, 직설적인 솔직함을 좋아하는 사람 같아보였다. 레모네이드를 한 모금 더 홀짝이고는, 그녀는 드디어 질문을 던졌다. "왜 제게 이렇게 잘 해주시는 거예요?"

"우리가 안 그래야 할 이유라도 있나요?" 베이즈는 씨익 웃었다. 그는 그녀가 뭘 물어보려고 하는 지 알고 있었지만, 그 과정을 쉽게 해주지는 않을 셈이었다.

진은 코웃음을 쳤다. "저는 생판 남이고 두 분이 저에 대해서 아는 거라곤 제가 이 동네에 집을 살 능력이 된다는 것뿐이니까요. 그마저도 겨우지만요." 그녀는 주택 융자금을 생각하며 덧붙였다.

"그게 우리가 당신에 대해서 아는 것의 전부는 아니지요. 그냥 우리가 드디어 상냥한 이웃을 갖게 되어 행복한 거라고 해둡시다." 베이즈가 말했다.

진은 얼음을 삼켰고 거의 숨이 넘어갈 뻔 했다. 그녀를 실제로 아는 사람 중에는 그 누구도 ―심지어 보디마저도― 그녀 자신을 상냥하다고 묘사할 리가 없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 집에 살던 부부는..." 베이즈는 얼굴을 찌푸리더니 잔에 든 얼음을 빙빙 돌렸다. "그렇게 다정한 사람들은 아니었어요. 나야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치루트의 감정을 상하게 했죠."

대체 어느 누가 치루트에게 무례하게 굴 수 있단 말이야? 진은 의아했다. 그게 말이 되기에는 그는 너무나도 친절하지만 동시에 너무나도 사람을 겁주는 데가 있는데 말이다. 그녀라면 그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한테 게이-이라도 있는 양 행동하더군요. 인사도 안 하고, 할로윈에 자기집 아이가 우리집에서는 사탕 달라고도 못 하게 하고요."

"와, 듣기만 해도 굉장한 얼간이들 같네요. 저는 어떤 식으로든 아이들이 사탕을 얻어내는 거 완전히 지지한다고요." 진은 빈 잔을 내려 놓았다. "전에는 생각해 볼 필요가 없었지만요. 우리 아파트에서는 아무도 사탕 받으러 돌아다니지 않았거든요."

베이즈는 웃었다. "글쎄, 이 동네에서는 할로윈이 중요하니까 준비해두는 것이 좋을 거예요. 경고하자면, 치루트는 온 힘을 다한답니다. 그이가 나한테 붙이게 만드는 장식들 볼 때까지 기다려 봐요."

"장식이요?" 진은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눈 먼 사람한테는 좀 헛수고 아닌가요?"

"다들 무서운 소리를 낸답니다." 베이즈가 침울하게 말했고, 진은 자기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그리고 그것이 결정타였다. 그녀는 다음번에 이웃들이 무언가 다정한 행동을 해주었을 때에는 자신도 큰 성의표현을 해야만 할 것 같다고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날은, 당연히도,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그리하여 월요일 아침, 책상 앞에 앉은 진은 모쓰마의 법정 서류를 준비하는 대신에 "쉽게 대접할 수 있는" 레시피를 찾아 인터넷 토끼굴에 빠져들어갔다. 그럼에도 모든 레시피는 여전히 그녀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복잡해보였다. 소테(sauté)니 다지기니 거품기로 휘젓기 같은 단어들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디, 너희 어머니가 토요일까지 나한테 요리하는 법을 가르쳐주실 수 있을 거 같아?"

보디는 진의 목소리에 담긴 다급함을 눈치챈 것이 분명했다. 그가 정말로 일어서서는 그들 사이의 파티션 너머로 그녀를 내려다 보았으니 말이다. "네가 4시간 동안 왜 소두구는 쓰기 바로 직전에 갈아야 하는지를 들을 각오가 된 게 아니라면야 안 돼지. 그리고 대체 요리는 왜 하려고 하는데? 지난 추수감사절 일로 배운 게 없니?"

진은 스크린에 열려있는 여러 개의 요리 사이트들 사이를 왔다 갔다 했고, 탭 키를 누르는 그녀의 손가락은 점점 더 빨라졌다. "미스터 & 미스터 상냥이 관두지를 않잖아. 어제 내가 잔디깎는 걸 보더니 자기들 정원에서 작약 뿌리를 가져다 준 거 있지."

"네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검은 엄지[1]보다 더 심한 걸 갖고 있다고 얘기는 했어?" 보디가 물었다. 그는 상냥하게 구는 중이었다. 탄저병의 손길이라고 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게 묘사하는 것일테니 말이다.

"치루트가 작약은 평범한 방식으로는 죽일 수가 없대." 진은 앓는 소리를 내더니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냥 너무 잘해주는 거 있지. 당황해서 저녁식사에 초대해버렸어. 이제는 달리 피할 방법도 없고."

"네가 요리한 식사는 보답이 아니잖아. 차라리 비싼 와인을 한 병 사다줘."

"베이즈가 술을 안 마셔."

"그럼 테이크아웃해서 가." 보디는 자기 어머니의 일요일 저녁식사 때 남은 음식으로 한 주를 버틸 수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무신경한 투로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아냐. 내가 뭔가 요리를 할 거야. 망할." 진은 어깨를 펴더니 스크린에 뜬 코코뱅 레시피를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너도 와야 해. 나도 사교 기술이 있고 다른 좋은 사람들도 안다는 걸 증명할 수 있게."

보디는 한숨을 쉬었다. "적어도 디저트는 사도록 해. 그럼 적어도 하나는 먹을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으니까."

 

화요일, 일이 끝나고 펍에서 보디를 기다리는 동안, 진은 여전히 핸드폰으로 레시피를 사냥 중이었다. 요리 수업도 찾아보려고 했지만, 그 지역에서는 다음 3일 안에 시작하는 수업이 없었다.

망한 것이다. 제대로 기능을 하는 성인답게 이웃들에게 집에서 만든 식사를 대접하는 것은 글렀다. 그녀는 이제 자신이 받은 괴상한 가정교육 덕에 자신은 몸집이 두 배쯤 되는 사람을 쓰러트릴 수 있는 능력을 제외하고는 실생활의 기술이라곤 전혀 없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진, 내가 네 베이컨을 지켜냈다.[2] 문자 그대로 말이야." 보디는 뒤에서 그녀의 어깨를 손으로 찰싹 내리쳤다.

진은 움찔했고 핸드폰은 덜커덕 소리를 내며 바 위로 떨어졌다. "망할, 룩, 그렇게 뒤로 슬그머니 다가오지 말란 말이야!" 그녀는 스툴에 앉은 채로 휙 돌아서는 그의 배를 찔렀는데, 그가 간지럼을 타는 지점을 향해서였다.

보디는 그녀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몸을 빼고는 씨익 웃었다. "이쪽은 내 친구 카시안. 12번가에 있는 드레이븐 밑에서 일해. 예전에 얘기한 적 있었지."

진은 그런 적이 없다고 확신했는데, 적어도 그가 자기 친구가 깔끔치 못한 쪽으로 귀엽다는 점을 얘기하지 않았다는 것만큼은 분명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살짝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인사를 했다. 카시안은 낡은 가죽 자켓을 입고 있었고 그에게는 진이 좋아하는,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있었다. 그는, 엄밀히 말해서 친절하지 않아 보이진 않았지만, 적어도 그녀만큼이나 일반적인 사람간의 상호작용에 대해서 회의적인 것 같아보였다.

"그래서 네 교묘한 계획이 뭔데?" 진은 보디가 내는 아이디어라면 자동적으로 의심스러워했지만, 이 시점에서는 그녀에게 선택지가 많이 주어진 것도 아니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

보디는 마술사처럼, 혹은 홈쇼핑 채널에서 판매시간 제한이 있는 특별상품을 보여주는 사람처럼 카시안 쪽으로 손을 과장되게 휘둘러 보였다. "카시안은 케이터링을 부업으로 하거든. 카시안이 토요일에 너네 집에 가서 저녁을 해주는 거지."

"정말로?" 진은 바에 등을 기대고, 눈썹을 치켜올렸다. 완벽하겠는데.

"그래요." 카시안이 말했다. "당신이 재료랑 내 시간의 비용을 내면, 내가 당신 집에 가고, 당신 부엌에서 저녁을 만들고, 자리를 뜨는 거죠."

"그런 서비스 시장 수요가 많이 있나요?" 그녀는 정말로 궁금했다. 너무 틈새시장인 거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얼마나 많은 부자들이 요리를 못 하면서도 잘 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하는지 알면 깜짝 놀랄 걸요."

"글쎄요, 난 부자가 아닌데." 진은 팔짱을 꼈다. "얼마나 받아요?"

"그건 당신이 뭘 내놓고 싶으냐에 달렸죠. 간단한 음식, 예를 들어 4인용 로스트 치킨 같은 건?" 그는 솔직히 지나치다 싶은 금액을 말했다. 진은 맥주를 잘못 삼켰고 기침을 했다.

"그 가격이면 괜찮은 식당에 데려가서 저녁 식사를 할 수도 있겠어요." 그녀가 항변했다.

"그렇죠. 그치만 당신은 당신 집에서 식사를 하고 사람들한테 당신이 직접 요리를 했다는 인상을 주고 싶은 거잖아요. 내가 그렇게 할 수 있고요. 게다가, 내가 식자재 쇼핑이며 손질도 다 한다고요."

"그 가격인데, 설거지는 안 해주고요?"

"네. 그건 당신 몫이죠."

"설거지? 무슨 그릇으로 말이야?" 보디는 눈을 굴렸다. "오븐용 팬이 있기나 해?"

"그럼, 있지!" 그러다가 진은 보디가 이렇게 부르기를 좋아하는, 추수감사절 짝퉁 칠면조 사건을 기억해냈다. "근데 아마 망가졌을 거야."

카시안은 숨을 내뱉더니 고개를 저었다. "핸드폰 번호 줘요. 조리도구 목록을 보내줄게요. 뭐가 없는지 말해주면 내가 사놓을게요."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그 값은 계산서에 올라가고요?" 그녀는 어두운 눈빛으로, 맥주잔 끄트머리 너머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럼요." 그는 그녀의 수에 넘어가지 않으며, 동의했다.

"그럼 계약 성사예요." 그녀는 손을 내밀었고, 그는 힘주어 이를 잡아 악수했다.

 

수요일에, 카시안은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디저트는요?

보디가 사라던데요

좋은 결정이네요

근데 뭘 살 거예요?

너무 기름진 건 안 돼요

왜냐면 치킨에 바를 소스가 꽤 매우니까

일하는 데에서 한 블록 아래에 베이커리가

있어요 레몬 머랭 파이가 어떨까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엄치척 이모티콘]

목요일, 그는 그녀에게 긴 조리도구 목록을 보내주었는데, 반쯤은 산스크리트 어로 쓰였다 해도 상관이 없었을 것이다. 보울이나 도마는 그녀도 있었지만, 그녀는 마늘 프레스기는 도통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 지 못 했다. 그녀가 그렇게 답장을 보내자 카시안은 눈을 굴리는 이모티콘과 함께 그럴 줄 알았어요라는 답을 보냈다.

금요일 오후, 그녀는 패닉 상태로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

치루트가 뭔가 마실 걸 원하면

어떡하죠? 와인을 내놔야 하나?

아뇨 맥주요. 살 수 있으면

네그라 모델로[3]로요

 

토요일 오후, 진은 아침 시간을 정신없이 집청소를 한 후에 ―정말로, 이것 또한 주택 소유권에 따라오는 단점이었다. 더 넓은 생활공간은 청소해야 할 곳 또한 더 넓어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게다가 그녀가 이 집에 사는 유일한 사람인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지저분해질 수가 있담?― 막 샤워를 하고 나온 길이었다.

그녀가 청바지를 입고 있을 때 현관벨이 울렸고, 그녀는 시간 약속을 떠올리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현관 복도로 비틀대며 뛰어나와 문을 열자, 카시안은 불가사의한 물건들로 가득 찬 박스를 그녀에게 떠넘겼다. "이거 부엌에 갖다 놔요. 난 차에서 가져 올 식료품이 더 있으니깐."

그녀는 그가 잡다한 도구들이며, 단지, 병과 음식으로 가득한 박스와 봉투들의 포장을 뜯고 내용물을 꺼내는 것을 지켜보았다. "메뉴는 뭐예요?"

"로스트 치킨, 라이스 필라프, 그리고 그린 샐러드요. 솔직히 좀 재미없는 메뉴지만, 보디가 더 복잡한 음식들은 신빙성 없어 보일 거라더군요." 그는 미심쩍어하며 그녀를 흘낏 쳐다보았다.

"보디는 멍청이예요." 진은 무례한 소리를 냈다. "그치만 틀리진 않았죠. 난 정말로 요리를 끔찍하게 못 하거든요. 물도 태워봤어요."

그의 지시에 따라 그녀는 놀랍게도 다양한 종류의 야채를 냉장고에 집어 넣었는데 ―"샐러드용이예요"하고 그는 설명해주었다― 몇몇은 먹을 수 있는 것이긴 한지 그녀는 확신할 수가 없었다.

"이건 대체 뭐예요?" 진은 흰 공 모양에 짧은 녹색 막대기와 깃털같은 부분이 달려 있는 야채를 집어들며 물었다. "괴상한 섹스 토이 같아 보이는데요." 그녀는 야채칸에 대고 중얼거렸다.

"회향[4]이예요." 카시안은 겨우 웃음을 참았다.

그가 일을 시작하자 그녀는 그 주위를 맴돌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온갖 이상한 조리 도구들이 어디에 쓰이는지를 보는 것은 꽤나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녀는 닭 안에 남아있는 찌꺼기들이 있어서 요리하기 전에 제거해야 한다는 것은 전혀 몰랐었다. 왜 그러는 걸까? 쓸모없는 장기들 빼고, 오븐으로 들어갈 준비가 된 채로 파는 것이 훨씬 더 이치에 맞지 않나?

"여기 있을 거면, 당신도 일을 해야 해요." 카시안은 그녀를 쳐다보지 않은 채로 말했다. "아니면, 썩 사라져요."

진은 손가락을 불안한듯 비틀어댔다. 카시안이 부엌에서 뭘 하고 있는지를 궁금해하는 채로 거실에 앉아서 뭘 읽으려 하거나, TV를 볼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내가 뭘 하면 될까요?"

그는 그녀에게 앞치마를 던졌다. "그거 입고, 손 씻고, 양파를 좀 썰어요."

진은 눈을 굴리면서 앞치마를 입었고, 서랍을 뒤져서는 도마와 빵칼을 찾아냈다.

"그거 말고요." 그가 말했고, 조리대 위에 있는 천 두루마리를 가리켰다. "저것 중 하날 써요."

"본인 칼을 가지고 왔단 말이예요?" 진은 콧방귀를 뀌었다. 드디어 그녀 자신보다도 더한 통제광을 만난 것이다.

"당신이 제대로 된 칼은 안 갖고 있으리라 생각했죠. 그리고 내가 맞았고요."

가장 큰 칼을 고르고는 ―큰 양파였으니 말이다― 진은 조리대 위에 도마를 올려놓고 양파의 얇은 껍질을 벗겨냈다. 그녀도 그것부터 먼저 벗겨내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성모 마리아시여, 칼 잡는 법은 누구한테 배운 거예요? 손가락은 어떻게 아직 다 붙어있대요?" 공포에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진을 쳐다보며 카시안은 추궁했다. "그거 이리 줘요."

그녀에게서 칼을 빼앗으며, 그는 칼잡는 법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녀의 손을 잠깐 감싸쥐었다. "이렇게요. 그리고 조심해요. 오늘 오후엔 응급실 다녀올 시간이 없으니까." 그는 그녀가 손가락을 자르지 않을 거란 걸 확실히 하려고 그녀가 양파를 써는 것을 잠시 지켜보았다. "부자예요, 가난한 거예요?" 그가 물었다.

진은 혼란스러워서 그를 향해 곁눈질을 했다.

카시안은 혀를 찼다. "칼 봐요. 내 말은, 부자로 컸냐 가난하게 컸냐는 거였어요. 내가 만난 요리 못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둘 중 하나라서요."

"둘 다 아니예요. 고아거든요." 진은 짧게 말했는데, 이 말로 대화를 끊어내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그녀는 쏘우 생각을 했는데, 늘 그렇듯 애정 반, 원한 반이 섞인 채였다.

"아. 우리 부모님도 내가 여섯 살 때 돌아가셨어요." 카시안도 이 삶이 어떤지를 알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그를 올려다보았고 그들은 부모님에 대해 질문을 받고 강제로 어색한 사과의 말을 들어야 하는 것에 지친 사람들만의, 유감스러운 미소를 주고 받았다.

그 뒤로는 상대적으로 평화롭게 일이 진행되었다. 그녀는 서투르게 야채를 썰었고, 카시안은 향신료를 갈고는 진은 뭐라고 불러야 할 지 모르는 다른 괴상한 일을 했다. 그는 그녀가 쌀 요리를 돕게 해주었지만, 닭 근처에는 어디에도 올 수 없게 했다.

진은 맥주를 낚아채서는, 싱크대 반대편, 그들이 난장판을 만들지 않은 쪽 조리대에 몸을 끌어올려 앉았다.

"그거 비위생적이예요." 카시안이 말했지만, 그는 별로 짜증스러워하는 것 같지 않았다.

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어차피 나중에 조리대 닦아야 할 텐데요 뭐."

진은 카시안이 반짝이는 그녀의 새 로스팅 팬 위에 닭을 털썩 내려놓기 전에, 섞어 놓은 향신료를 한 움큼 집어다가 다소 외설적인 방식으로 닭 여기저기에, 안쪽에서부터 바깥쪽으로, 그리고 껍질 밑에까지 문지르자 메스껍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남아서 저녁식사 같이 안 할래요?" 그녀는 충동적으로 말했다. "당신이 요리를 엄청 많이 해서, 음식이 정말 너무 많을 거예요. 보디도 올 거고요."

카시안은 기름 묻은 손을 닦으려 싱크대 쪽으로 몸을 돌렸다. 진은 그가 수도꼭지를 건드리지 않아도 되도록 물을 틀어주었다.

"진심이예요?" 그는 축 늘어진 머리칼과 지긋지긋하게 긴 속눈썹 사이로 그녀를 올려다 보며 물었다. 정말, 어떤 사람들은 아주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잘 생긴 것이다. 왜 훌륭한 요리사이기까지 한 거지? 재주를 불공평하게 나눠준 것 같았다.

"진심 아니었으면 안 물어봤어요." 진은 매섭게 따지듯 말했는데, 그리고는 그 즉시 후회했다.

그렇지만 카시안은 기분 상해하지 않는 것 같아보였다. "좋아요, 남아 있고 싶네요." 그는 손을 말리더니 그녀가 맥주병의 라벨지를 건드리는 것을 관찰했다. "당신 이 일 때문에 꽤 긴장했죠, 안 그래요?"

"아마 눈치 챘겠지만, 난 별로 사교모임 타입이 아니라서요. 그리고 치루트랑 베이즈가 내게 정말로 잘 해줬고 그래서 난 그 사람들도 나랑 보딜 좋아해줬으면 좋겠고―"

"이봐요." 그는 그녀의 무릎을 살짝 밀었다. "가서 상을 차리던가 뭐 딴 걸 해요. 우리 해낼 수 있으니까."

"알았어요." 진은 조리대로부터 미끄러져 내려와서는 정말로 불안해서 어쩔 줄 몰라하기 전에 부엌에서 빠져 나갔다.

손님들이 도착할 때 즈음, 진은 긴장을 풀기 시작했었다. 이는 부분적으로는 카시안이 손에 쥐어준 두번째 맥주병 덕이었다. 부엌은 냄새가 근사했고, 아무것도 불타오르지 않았으며 (아직은 말이다― 그녀는 식탁을 두들겼다.[5]) 게다가 보디는 수입 맥주 6개들이를 하나 더 가지고 나타났다. 베이즈와 치루트는 그 뒤로 잠시 후에 현관벨을 눌렀고, 인사를 나누고, 자켓을 받아들고, 음료를 권하고, 치루트를 의자로 인도해주는 일들은 그녀의 주의를 흩트리는 것을 도와주었다.

진은 돌아가며 소개를 했다. "치루트랑 베이즈, 말도 안 되게 상냥한 내 이웃분들이셔. 이쪽은 보디예요. 제 제일 친한 친구이고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죠."

"그리고 이쪽은 당신 남자친구이겠군요?" 치루트는 미소지으며, 악수를 하려고 카시안에게 손을 내밀었다.

보디는 주먹으로 입을 틀어막아 웃음소리를 억눌렀고, 진은 애매하게 기분이 상해서 그를 노려보았다. 그녀에게 남자친구가 있는게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생각이란 말인가?

"카시안은 그냥 우리 친구예요." 그녀가 말하고는, 사과하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왜 "그냥"이라고 했을까? 말을 이상하게만 만들어버렸다. 더 이상하게 말이다.

다행히도, 그때 타이머가 울려서 진은 부엌으로 도망칠 수 있었다. 그녀는 너무나도 긴장한 나머지 팬을 조심스럽게 꺼내서 레인지 위에 올려놓기 전에 장갑을 끼는 것을 거의 깜빡할 뻔 했다. 그녀는 반짝거리고, 바싹 구워진 치킨과, 고슬고슬한 필라프의 쌀과 신선한 그린 샐러드를 빤히 쳐다보았다. 모든 것은 다 굉장해 보였고 냄새는 그것보다도 좋아서, 그녀는 자신이 이렇게 군침이 돌게 하는 식사를 준비하는 데에 관여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물론, 카시안이 대부분의 일을 다 하긴 했지만, 그래도 말이다.

 

치킨은 냄새만큼이나 맛도 좋았고, 저녁식사는 진이 감히 꿈꾸었던 것보다도 훨씬 더 잘 진행되었다. 치루트와 베이즈는 당연하게도 훌륭한 손님들이어서, 치루트의 학생들과 베이즈의 일과 관련된 재밌는 일화들을 이야기해주었다. (진은 뭔가 보안 컨설팅 일의 일종이라는 것 빼고는 아직도 베이즈가 무슨 일을 하는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가 용병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렇지만 보디도,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이는 꽤나 매력적이었다― 게다가 심지어 카시안도 검사실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며 예상치 못한 유머감각을 보여주었다.

한 순간에는, 진은 식탁을 둘러보면서 자신이 노먼 록웰의 그림[6] 같은 저녁식사를 이렇게 즐기게 될 줄은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했다. 이건... 좋았다. 세상에 자신이 친구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보다 많은 것 말이다. 이들 중 아무에게나 시체를 숨기는 걸 도와달라고 전화를 걸진 않겠지만 (이는 참이 아니었다. 그녀는 베이즈에게 제일 먼저 부탁을 할 것이다.) 그들은 단순한 지인 그 이상이었다. 심지어 카시안조차도 단 몇 시간보다는 더 오래도록 알고 지낸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녀가 그의 곁에서 얼마나 편안했는지 놀라울 정도였다. 그들 모두의 곁에서도 말이다.

물론, 재앙이 닥친 것은 그때였다.

진이 차를 끓이고, 냉장고에서 디저트를 꺼내오는 사이에 보디와 카시안은 빈 접시를 치워두었다. 그녀는 자랑스럽게 파이를 들고 복도를 지나오는 중이었는데, 그때 교체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던 낡은 러그의 말려올라간 끄트머리에 그녀의 발끝이 걸렸다.

진은 방 건너편으로 날아가 나동그라졌다. 파이는 그녀의 손에서 날아가더니 높은 궤적을 그렸고, 빙글빙글 돌더니 식당 바로 안쪽 바닥에 커다란 철푸덕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150cm 반경 내의 모든 것에 머렝과 레몬 커드가 튀었다.

진은 맹렬하게 불경한 말들을 줄줄이 쏟아냈고, 베이즈는 정중하게, 감탄했다는 듯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보디는 마치 누군가가 제 눈 앞에서 강아지를 죽이기라도 한 것 같아보였다. (레몬 머랭 파이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였기 때문이다.) 카시안은 경계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마치 그는 그녀가 부엌에서 그의 칼을 집어다가 누군가를 죽이기라도 할 기세로 난리통을 벌이기를 예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치루트는 즐겁다는듯이 웃기만 할 뿐이었다. "디저트는 사상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될까요?"

"아, 그럼요." 진은 낙담하여 중얼거리고는, 원목 마루 위의 엉망진창을 바라보면서 일어서려고 힘겹게 노력했다. 망할, 벽 중간에까지도 레몬 커드가 튀어 있었다.

"베이즈, 가서 우리 냉장고에 있는 아이스크림 좀 가져오지 그래." 치루트가 제의했다.

진은 그들이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펼치려 입을 열었지만, 베이즈가 선수를 쳤다. "나한테 좋은 일을 해주는 거예요. 치루트는 내가 안 좋아하는 걸 알면서도 늘 록키로드[7]를 산다니까."

보디가 일어섰다. "카시안이랑 내가 정리할게. 대걸레 어디있는지 알아."

진은 눈을 껌뻑였고, 그녀의 끔찍한 기분은 마치 풍선에 구멍이 난 것 같아졌다. "나는 뭘 하고?"

"보울이랑 스푼 좀 가져와요." 카시안은 이렇게 말하면서 그녀의 어깨를 잡고, 부엌 쪽으로 부드럽게 밀어냈다.

 

초콜렛 소스와 진이 냉장고에서 찾아낸 휘핑크림("왜? 이건 기본 식료품이잖아" 그녀는 방어적으로 말했다.)을 얹은 즉석 선데를 먹고, 베이즈와 치루트는 작별인사를 했다. 진은 곧 보답차원에서 자신이 그들의 집에 초대를 받게 될 거라는 느낌을 받았지만, 이 생각은 예전만큼 그녀를 걱정시키지는 않았다. 보디는 설거지를 돕는데 필요한 만큼 남아있다가, 적어도 남은 치킨의 절반은 가지고 떠났다.

진은 카시안의 조리기구들을 챙기는 것을 도와주었고 박스 중 하나를 그의 차까지 가져다 주었다. 트렁크에 짐을 싣고 나서, 그들이 서서 서로를 바라보는 어색한 순간이 있었는데, 그때 진은 그에게 돈을 줘야한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고마워요, 카시안." 그녀는 뒷주머니에서 수표를 끄집어내서 황급히 그에게 넘겨주었다. "마지막 한 푼까지도 다 제값을 톡톡히 했어요. 정말로요."

"천만에요." 그는 수표를 접어서 자켓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저녁식사에 초대해줘서 고마워요."

"파이가 터지는 것도 봤고요. 그거 참 볼 만 했겠네요." 그녀는 콘크리트에 발끝을 대고 찍찍 끌었다.

"분명 그랬죠." 카시안의 입매는 한쪽이 휘어올라갔고, 그녀는 자신이 그 결과로 생긴 보조개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차에 기대었는데, 그도 보아하니 급히 떠날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어쨌든, 당신은 정말 요리 수업이 좀 필요하겠던데요. 칼질 솜씨가 걱정이 돼요. 당신은 누구라도 찌르려는 거 같아보였다고요, 양파를 썰려는 게 아니라."

"무술 훈련 때문일 거예요, 아마." 진은 앞머리 사이로 손을 밀어넣었다. 그녀는 하겠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카시안이 그녀에게 호의를 베풀어주려고 제안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상기시켜주었다. "그럼 좋겠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제 주택 융자도 있어서 예산이 좀 빠듯해서요. 그럴 형편이 안 될 거 같네요."

"서비스예요." 카시안은 그녀의 팔꿈치를 가볍게 만졌다. "당신은 보디의 친구잖아요. 나는 보디 친구고요. 그러면 당신도 가족과 친구들 특별행사 대상이죠."

"글쎄. 좋아요 그럼." 그녀의 얼굴에 퍼지는 웃음은 아마도 너무 뻔하고 얼빠져보였을 테지만, 진은 이를 숨길 수가 없었다. 정말로 멍청한 소리를 하기 전에 그녀는 도망가야 했다. "잘가요."

그녀는 카시안이 자신이 집 앞 계단을 걸어올라가는 것을 기다려주었다가 떠났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1] 정원사로서의 자질을 엄지손가락 색깔로 표현한다. 녹색 엄지는 훌륭한 것이고 검은 엄지는 나쁜 쪽이다.

[2] "save one's bacon"은 '곤경에서 구해내다'라는 뜻이 있다. 이 경우에는 보디가 "문자 그대로"라고 말했듯이 진의 요리를 구하기도 한 것이므로 표면적인 뜻으로 옮겨두었다. 

[3] Negra modelo: 멕시코 브랜드 Modelo에서 나오는 흑맥주. 

[4] 사진으로 보세요. 

[5] 영국이나 호주 등지에서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서 어떤 말을 하고는, 그 반대로 상황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관습적으로 하는 행동이다. 여기서 진은 '불이 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속된 말로 '부정타서') 괜히 불이 나는 일이 생길까봐 식탁을 두들긴 것이다.

[6] 사진으로 보세요.  

[7] 사진으로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