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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cing in the Moon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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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간에 호출되는 일은 적다. 스팍은 회색 정복을 단정하게 갖춰 입은 채 파이크의 사무실로 향한다. 서늘한 바람이 불고, 해가 진 어두운 거리엔 점점이 가로등의 노란 빛이 떠돈다. 넓은 길 위에 엉기는 퇴근길의 시민들과 일과를 마친 생도들의 무리.

크리스토퍼 파이크 준장과의 인연은 꽤 길다. 교관 생활을 하던때부터 함께 일했고, 짧게 엔터프라이즈에서 그의 부함장으로 복무한 적도 있다. 전술사령부에 소속된 지금, 사령부에 있는 그와 접촉할 일은 드물다. 스팍은 최근 중립 지역 클링온 함대의 비정기 출몰에 대한 보고서를 만드느라 바빴다. 하지만 파이크는 최우선 업무를 중단하고 즉시 사무실로 방문 할 것을 명했다. 사령부에서 직접 오더가 내려오는 경우는 흔치 않다. 벌칸은 곧은 자세로 걸으며 생각에 잠긴다.

그와의 인연이 끊어진 것은 예의 그 엔터프라이즈 사건으로부터다. 시간 여행으로 건너온 범죄자 때문에 상당수의 함선이 파괴되고 벌칸마저 사라졌다. 파이크가 나라다로 끌려가고 엔터프라이즈가 로렌치아 성계로 가 있는동안 정체불명의 함선이 나라다호를 폭파시키고 파이크를 구해왔다. 그 후 엔터프라이즈가 탈취되었다.

스팍은 그 골치아픈 사건을 생각하면 아직도 머리가 지끈거렸다.

어이없는 사건이었다. 궤도에 정박되어있던 배가 하루사이 사라졌고, 범인은 나중에야 밝혀졌다. 스팍은 그 당시에도 여전히 엔터프라이즈의 부함장으로 등록되어 있었고, 파이크는 함장이었기 때문에 (설사 극소수의 당직 크루를 제외한 전원이 모두 지구에 내려와 있었다고 해도) 두 사람은 곤란한 입장에 처했다. 파이크의 노력으로 큰 문책은 피할 수 있었지만 스팍은 교관직을 놓고 전술사령부로 적을 옮겨야 했다. 전술사령부의 일이 싫다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탐사선에 갇혀 비논리적인 지구인들의 행태를 참는 과정보다는 마음이 편하다. 그저 그 과정이 탐탁치 않을 뿐이다.

창백한 등이 길게 늘어진 복도를 걷는다. 사령부는 조용했다. 많은 사람들이 퇴근한 시간. 스팍은 몇 개의 보안을 통과하고 나서야 파이크의 사무실에 접근할 수 있었다. 상체에 바싹 피트되는 장교복의 매무새를 바로잡는다. 스팍은 모자를 벗어 왼쪽 옆구리에 끼웠다. 문 앞에 선다. 낮은 소리와 함께 매끄럽게 문이 열리고 벌칸은 단정한 걸음걸이로 안을 향했다.

"파이크 준장님."

정면을 바라본 순간, 중령은 즉시 페이저를 꺼내 상대를 겨누었다. 맞은편에 서 있던 까만 수트 차림의 남자가 오만상을 찌푸렸다.

"준장님, 지금 당장 이 편으로 오시기 바랍니다. 페이저는 살상모드로 되어있습니다."

파이크가 침착하게 대꾸했다.

"미스터 스팍."
"제임스 커크. 당신을 체포합니다. 바깥에 보안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투항을 권고 합니다."

준장 곁에 서 있던 젊은 청년이 기막힌 얼굴로 파이크를 바라본다. 그는 까만 가죽장갑을 낀 손을 흔들며 항의했다.

"왜 저 뾰족귀예요?!"
"제임스."
"장난해요? 저 자식이 옛날에 절 어떻게 엿 먹였는지 알면서?"
"짐. 먼저 설명을 들어."

갑자기 시작된 두 사람의 다툼에 스팍은 무기를 든채 황망한 얼굴이 된다. 하지만 이내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단단한 목소리를 냈다.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준장님께서 대화중인 지구인은 연방의 수배범입니다."
"아직 이야기중이거든?!"

짐이 얼굴을 찌푸린 채 항의한다. 스팍은 남자를 노려봤다.

"귀하는 수 건의 납치, 살해 및 절도 혐의로 연방의 수배를 받고 있습니다. 수배 등급 A-3로 유사시 살해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커크가 입술을 꾹 물며 파이크를 불만스럽게 바라봤다. 준장이 양 손을 들어보이며 벌칸을 진정시킨다.

"중령. 그만두게. 자네를 여기 부른 건 제임스 때문이니까."
"그를 보안부로 이송하길 원하십니까?"

여전히 페이저를 내리지 않은 채 질문한다. 파이크가 이마를 짚었다.

"그거 잠깐 내리고 이야기 하지."
"설명을 듣지 못했습니다."

짐이 팔짱끼며 벽에 등을 기댄다. 목 끝까지 매어진 와인색 타이. 남자가 불만 섞인 목소리로 끼어든다.

"봐요. 말 안 통하잖아요?"

준장이 짜증냈다.

"이미 왔잖아, 짐. 그리고 지금 당장은 플릿에 믿을 사람이 없어."
"나 혼자서도 갈 수 있다고요."

크리스토퍼가 오른손으로 청년을 가리키며 단단한 목소리로 말한다.

"스타플릿은 절대 허가 안 해." 파이크가 스팍을 향한다. 그는 여전히 무기를 든 채다. "중령. 설명하지. 일단 무기를 내려. 명령이야."
"제임스 커크를 포박하지 않아도 괜찮습니까?"

짐이 황당하다는 얼굴로 천장을 본다.

"괜찮아. 그에게 무기는 없어. 수갑만 채우지 않았을 뿐이야. 그는 완전히 깨끗해. 그러니 일단 내려놓게."

스팍은 페이저를 내린다. 하지만 손에서 놓지는 않았다. 조용히 두 사람을 향해 다가간다. 벌칸의 눈매가 매섭다. 파이크가 길게 숨을 내쉰다. 그는 양 쪽을 번갈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일단 두 사람 구면이니 소개하지 않아도 되겠지."

동시에 두 명 분의 불만스런 시선이 준장에게 닿았다. 그들이 '구면'이 된 헤프닝이 떠오른다. 파이크가 고개를 저으며 바닥으로 시선을 던진다. 그 놈의 고바야시 마루 테스트.

"좋아. 본론부터 가지. 중령. 과거 타르서스4의 총독이었던 코도스가 생포되었다는 소식은 들었나?"
"긍정합니다." 그 와중 짐은 타이를 느슨하게 하며 파이크의 책상에 엉덩이를 기댔다. 제임스를 날카롭게 응시하며 스팍이 말을 잇는다. "그 사건과 커크가 무슨 연관이 있습니까?"
"짐이 증인이야." 파이크의 투명한 눈동자가 벌칸을 똑바로 바라본다. "알려진대로 코도스를 실제로 목격한 사람은 현재 없어. 생존자가 9명 있었지만 살해당했지. 마지막 남은 사람은 아카데미 소속의 생도였고, 두 번의 공격에서 살아남았네. 페이저도 없이. 이 친구지."

중령의 시선이 가늘어진다.

"제임스 커크가 아카데미 시절 문제를 일으켰다는 보고는 수차례 들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준장님의 설명은 어딘가 모호한 곳이 있군요. 그가 생도시절 받은 두차례의 공격이, 아카데미에서 자퇴하고 엔터프라이즈를 탈취해 해적노릇을 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까?"

파이크가 목울대를 울렸다.

"커맨더. 그런 뜻으로 한 이야기가 아니야. 그저-" 준장이 오른손을 흔들었다. "제임스가 과거 반복된 공격을 받았고, 지금 역시 같은 입장에 처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던거네."

스팍은 고개를 기울이며 즉시 대꾸했다.

"그럼 병력을 붙이면 되겠군요. 그가 증인이라면 법정에 서려는 거겠죠. 보안부에 연락하겠습니다."
"중령." 즉시 몸을 물리려는 벌칸을 불러세운다. 파이크는 심각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커크는 이 곳에 오는 동안 세번의 공격을 받았어. 덕분에 다수의 요원이 사망했네. 사령부와 정보부, 보안부 모두 믿을 수 없는 상황이야. 어디선가 정보가 새고 있어."

벌칸이 냉랭하게 대꾸했다.

"그렇습니까? 그럼 잊고 계시는 듯 해 한 가지 주지시켜 드려야겠습니다. 저는 전술부 소속입니다. 증인보호 프로그램을 원하신다면 적절한 다른 크루를 선정하시기 바랍니다."

준장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한다.

"내가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 중 가장 믿을만한 인물은 자네 한 명 뿐이었네."
"호의적인 평에 감사드립니다." 스팍은 고개를 짧게 숙인다. "하지만 이 일에 연관되고 싶지 않습니다."

파이크가 눈을 꾹 감았다 연다.

"뭐가 문제야, 스팍. 제임스가 법정에 가지 못하면 코도스가 풀려나. 적어도 인도적인 차원에서는 협조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 준장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전술부에 있었으니 들었겠지. 코도스측에는 무시하기 힘든 숫자의 병력이 있어. 그를 따르는 무리도 상당해. 그 미치광이를 잡겠다고 몇몇 용감한 사람들이 법정에 나섰지만 채택된 증거도, 증인도 없어." 크리스토퍼가 남자를 진지한 눈으로 바라봤다. "스타플릿은 그가 코도스 본인이 맞다고 판단하고 있네. 그저 우리에겐 결정적인 증거가 없을 뿐이야. 짐이 그걸 가지고 있고."

그 와중 제임스는 입가에 미소를 띈 채 두 사람의 논쟁을 구경하고 있다. 스팍이 냉랭히 대꾸한다.

"전 저 지구인 때문에 아카데미에서 전술부로 좌천되어야 했습니다. 본디 하고자 했던 탐사에서도 제외되었고, 원하던 과학 연구도 중단되었죠. 심지어 제가 부함장으로 등록되어있던 함선을 탈취해 제 경력에 오점을 만들었습니다. 저 자를 도와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습니까?"

준장이 벌칸을 바라보며 대꾸한다.

"자네가 오해하고 있어 이야기하지만 그건 좌천이 아니었네. 하지만 복귀시켜주지."

스팍이 눈가를 찌푸린다.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파이크가 또박또박 다시 이야기했다.

"복귀시켜주겠네. 아카데미로. 원한다면 사령부로 발령 내 주겠어. 자네가 요구하면 함선 배치도 가능해. 원하는 함선이 있다면 말해주게. 최대한 협조할테니. 이 정도면 괜찮겠나?" 갑작스런 제안에 벌칸은 쉬 입을 떼지 못한다. 파이크가 덧붙였다. "그리고 이 녀석이 자네를 엿먹였다면 이보다 더 좋은 기회도 없을거야. 제임스 커크는 증언 후 바로 감옥에 들어갈테니까. 수배중이었으니 즉결처분 될걸세."

스팍은 이해 할 수 없다는 얼굴로 짐을 바라본다. 청년은 가죽장갑에 감싸인 손가락을 뺨에 댄 채 어깨를 으쓱인다.

"왜 제 발로 가는 겁니까?"

짐이 대꾸했다.

"그래야 코도스가 잡힐테니까."
"납득 할 수 없습니다. 코도스가 어찌되던 당신과는 관계 없을텐데요."

제임스가 책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는 천천히 벌칸을 향해 다가온다.

"관계없다니. 그게 아니지. 그 개자식은 13살때 날 죽이려고 했거든. 처형하기로 결정된 4천명에 들어가 있었다 그 말이야. 사진 봤는데 그 놈 맞더라고. 생존한 목격자의 증언이 필수라고 하니 가서 엉덩이를 걷어차줘야지. 심지어 지금 날 죽이려고 안달 난 모양인데?"

스팍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귀하는 장기 수배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몇 년간 발각되지 않고 무탈히 지냈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선택을 하는 건 단순히 코도스가 죗값을 치르게 하기 위함입니까?"

짐의 긴 속눈썹이 아래를 향한다. 남자는 짧게 웃었다.

"그래."

스팍은 잠시 대꾸하지 않고 조용히 짐을 응시했다. 파이크는 긴장한다. 스팍이 아니면 자신이 직접 데려가야 하는데, 분명 반복될 공격에 짐을 제대로 지켜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노년의 남자는 얇은 입술을 꾹 문채 벌칸을 바라본다. 중령은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대답 전에 한 가지 더 주지시켜 드리고자 합니다. 과거 저 수배범이 준장님을 납치했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셨길 바랍니다." 스팍은 양 손을 등 뒤로 맞잡으며 크리스토퍼를 똑바로 바라봤다. "제안은 받아들이겠습니다. 다만, 왜 준장님께서 커크에게 호의적이고 가까운 태도를 취하시는지 이해 할 수 없군요. 보통의 지구인은 자신을 납치한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맺습니까?"

파이크는 머리를 쓸어올렸다.

"수락해줘서 고맙네." 그리곤 짧게 짐을 바라본다. "그리고 저 녀석이 플릿에 들어온 건 내 권유 때문이었어. 나중에 일이 꼬여 이런 관계가 되었지만 말이야. 우리는 가까웠네."

그리고 뒷말은 제임스가 이었다.

"내가 파이크 준장님을 납치한 건 사실인데." 남자는 가벼운 웃음을 흘렸다. "그래서 뭐? 무사히 보내드렸잖아? 그게 문제가 되나?"

스팍이 눈가를 찌푸렸다.

"결과가 어떻든 납치는 납치고 그것은 범죄행위입니다."

짐이 어깨를 으쓱인다.

"그래서 친히 잡혀주겠다니까. 나라고 너랑 같이 다니고 싶은 줄 알아? 아까부터 혼자 가겠다고 했는데 플릿에서 허가가 안 난다고 해서 이 쪽도 방법이 없다고."

스팍은 대꾸하지 않았지만 명백히 짜증스런 얼굴을 하고 있었다. 파이크가 낮게 숨을 내뱉었다.

"중령. 이제 우리에게 이제 64시간이 있네. 3일 후 로컬 표준시 기준 1300까지 카펠라5에 있는 연방 법원까지 가야해." 파이크는 손목시계를 확인한다. "아마도, 예상컨데 이동중 공격이 있을거야. 스타플릿은 거대한 조직이라 보안이 뚫렸다면 어디인지 파악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네."

벌칸은 허리를 곧게 편채 고개를 끄덕였다.

"수배범을 법원까지 인도하면 되는거군요. 알겠습니다."

제임스가 끼어든다.

"짐이라고 불러달라고 하진 않을테니까 그 놈의 수배범 소리 좀 그만 둘 수 없겠어? 일단은 나 함장이거든?"
"그렇습니까, 캡틴 커크."

뒤로 갈수록 단어 하나하나를 꾹꾹 밟듯 목소리를 낸다. 진한 초콜릿 색 눈동자가 상대를 쏘아봤다. 불경한 단어는 단 한 마디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짐은 신나게 욕을 얻어 먹은 기분이 든다. 거 참 대단한 능력이구만.

파이크가 대놓고 한숨을 쉬며 이야기한다. "그럼 두 사람 다 출발하게. 궤도에 소형 함선이 준비되어있어. 무탈한 항해를 바라지." 그리곤 제임스의 어깨를 꾹 잡았다. "몸 조심해. 카펠라5에서 기다리마."




눈에 띄이지 않기 위해 짐에게 수갑은 걸지 않았다. 스팍은 파이크에게 지급받은 무기들을 챙기고 검은 하의와 회색 목티, 까만 가죽 자켓을 입었다. 제임스가 옆에서 웃는다. 너도 수배범 같아 보이는데?

셔틀에 올라 조종간을 잡으며 스팍이 짧게 내뱉었다.

"당신을 돕고 싶어 이 제안을 수락했다고 착각하지 않길 바랍니다."
"오, 그럴리가 있겠어." 보조석에 앉으며 벨트를 맨다. 와인색 타이는 다시 바싹 조여져 있었다. "그냥 내가 우주 한복판에서 죽도록 내버려두지만 않았으면 좋겠는데."

스팍이 빠르게 계기를 조정하며 대꾸했다.

"죽도록 두진 않겠습니다. 제가 약속 드릴 수 있는 건 그 정도군요."